[사설] 한나라당 ‘선관위 테러’ 얼버무리지 마라

[사설] 한나라당 ‘선관위 테러’ 얼버무리지 마라

입력 2011-12-06 00:00
수정 2011-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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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과 관련해 사과했다. 최구식 의원은 수행비서가 범행을 사주한 책임을 지고 홍보기획본부장을 사퇴했다. 최고위원회에서는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할 것인지를 검토하기로 했다. 모두가 9급 말단 비서의 돌출 범행으로 몰고가면서 책임 줄이기에 급급하다. 이번 사안은 국가 기간시설을 무력하게 만든 사이버 테러이며, 국민의 헌법적 권한인 투표까지 방해한 부정선거 도발 범죄다. 한나라당은 이처럼 지극히 위험스럽고 중차대한 사안임을 알면서도 정작 대응에서는 안이하기 짝이 없다.

민주당은 파문을 한껏 키우느라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범행의 성격과 관련해서는 3·15 부정선거에 견주고, 경찰 수사를 겨냥해서는 배후 몸통론을 제기한다. 반면 한나라당은 축소하는 데만 분주하다. 개인의 돌출 범죄냐, 조직적 개입이냐를 규명하려면 선(先)수사 후(後)국조로 방향을 잡은 것은 한편으로 온당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소나기를 일단 피하고 보자는 책임회피 본능이 꿈틀대고 있다. 지금 드러낸 모습은 새로운 환골탈태가 아니라 또다시 구태의연이다. 한나라당에선 이번 파문의 경우 의혹의 내용이 뭐냐 하는 경찰 수사적인 측면에서만 볼 일이 아니다.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하는 정치적 접근에 더 주목해야 한다. 가뜩이나 사건 외적(外的)인 측면에서 불리한 여건이다. 한나라당에 대한 정서가 곱지 않은 상황에서 의혹들이 겹치면 불신과 반감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대충 얼버무리면서 책임을 모면하려는 자세로는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어렵다. 오히려 더 키울 뿐이다.

한나라당에서 쇄신론이 수그러들었다. 워낙 곤혹스러운 탓에 그러하겠지만 또 다른 우를 범하고 있다. 이번 파문은 거듭된 실책에 악재가 하나 더 얹혀진 것이다. 결코 일시적인 위기가 아니라 총체적인 위기의 연장선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우선 경찰 수사와는 별도로 자체 조사에 나서는 등 진상 규명 노력을 보여야 한다. 정치적 책임을 지는 의미에서 과감한 희생이 더 필요하다. 이에 맞춰 쇄신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2011-12-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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