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절친’ 카다피 사망소식 듣자마자…

김정일, ‘절친’ 카다피 사망소식 듣자마자…

입력 2011-10-22 00:00
수정 2011-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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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리비아의 전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망에 예상대로 침묵하고 있다.

카다피의 사망소식은 20일 오후 9시께 외신을 통해 전 세계로 전해지면서 속보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북한은 12시간이 지난 21일 오전 9시30분 현재까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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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전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전 국가원수
북한은 2006년 12월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사형당했을 때도 무려 18일이 지난 뒤에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을 통해 처형사실을 간단히 전했다.

이런 점에 비춰 북한 당국은 카다피의 사망에 대해 공식입장을 정할 때까지 한동안 침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카다피에 대한 북한의 이 같은 입장은 카다피 정권과 오랜 인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시절인 1974년 리비아와 수교한 이래 1982년 친선협조동맹조약, 1984년 군사협력 의정서 등을 맺으면서 정치·군사적으로 우호적 관계를 공고히 했다.

또 김일성 주석은 1982년 평양을 방문한 카다피를 극진하게 환대하고 친교를 다졌다.

북한 정권과 카다피 정권은 그동안 ‘제국주의’ 미국에 맞선다는 기치를 나란히 내건 데다 독재적 정치체제에다 권력의 부자세습을 추진하는 등 공통점이 적지 않아 서로 ‘맹방 중의 맹방’으로 우대해왔다.

특히 북한은 그동안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무기를 리비아에 수출해왔고, 리비아가 과거 핵개발을 추진했을 때 북한과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도 받아왔다.

북한으로서는 재래식 무기를 아프리카로 수출하는데 리비아가 통로로 중요했고, 카다피 정권도 한국과 경제적 협력에 치중하면서도 최근까지 북한과는 정치적으로 우호적인 협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해까지 매년 9월1일 리비아 혁명 기념일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명의로 카다피에게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이런 카다피와의 끈끈한 관계를 의식한 듯 북한 매체는 올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리비아 공습을 ‘전쟁범죄’로 규정하며 맹비난했다.

리비아 내전사태가 격화되는 와중에도 리비아에 파견돼 있던 근로자와 의사, 간호사 등을 귀환조치하지 않고 스러져가던 카다피 정권에 힘을 보탰다.

특히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3월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미국·영국·프랑스 연합군의 리비아 공습을 ‘반인륜 범죄’라고 비난하면서 “지구상에서 강권과 전횡이 존재하는 한 자기 힘이 있어야 평화를 수호할 수 있다는 진리가 다시금 확증됐다”며 핵억제력 확보를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리비아 반군이 반독재를 기치로 내걸고 정부군에 도전하는 소식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튀니지를 시작으로 이집트 등 중동지역에 몰아친 ‘재스민 혁명’의 바람이 북한 내부에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카다피의 사망으로 리비아와 관계를 과거처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은 앞으로 리비아 반군 대표기관인 국가과도위원회(NTC)와 새로운 관계설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주리비아 북한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지난 8월 리비아 반군 대표기관인 NTC를 리비아 합법정부로 인정했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두고 봐야지”라고 짧게 답했다.

카다피와 리비아의 새로운 권력 사이에서 고민하는 북한의 속내가 읽히는 대목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은 카다피의 죽음을 서방국가의 책임으로 몰아가면서 억제력을 강화하는 명분으로 이용하려고 할 것”이라며 “아울러 외화벌이 루트로서 리비아의 중요성 때문에 NTC와 관계도 만들어가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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