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화 아트유저 대표 ‘작은것의 미학’展
“1호짜리란 게 참 애매하긴 하죠. 작가 입장에서는 자그마하다 보니 그리기 애매하고, 화랑 입장에서는 이러나저러나 한 개의 작품을 파는 꼴이니 취급하기 애매하고. 그런데 공급자 측면이 아니라 수요자 입장에서라면 1호짜리가 가장 적당한 크기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 겁니다. 갤러리 이름을 ‘아트유저’로 지은 것도 그 때문이지요.”지난 24일 전시장에 작품을 걸다 말고 주저앉은 김종화 대표. “소품들이다 보니 걸어야 할 작품이 너무 많아 힘들다.”며 웃는다.
오는 9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갤러리 아트유저에서 개관 기념전으로 ‘작은 것의 미학’전을 여는 김종화(53) 대표의 말이다. 100명의 작가 작품 200여점을 건다. 작가와 작품 수로만 보면 초대형 전시인데, 막상 전시장은 10여평 남짓이다. 전시제목 그대로 작은, 1호짜리 소품만 모아 전시하기 때문이다.
미술계에서 100만원전, 200만원전 하는 식의 소품전은 많다. 그러나 소품전이라 해도 실제 출품된 작품들의 크기는 대체로 크다. 소품 제작을 염두에 두고 시작해도 뭔가 제대로 표현하고픈 작가들의 욕망이 반영되다 보니 작품이 자꾸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대표는 이번 전시를 기획하면서 아예 1호짜리 캔버스를 만들어서 작가들에게 보냈다. 더 욕심 내지 말고 그 크기에 딱 맞춰 그려 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때문에 캔버스를 가로로 쓰느냐, 세로로 쓰느냐의 차이를 제외하면 모든 작품 크기가 규격화된 듯 정확하다. 캔버스 사이즈에 익숙지 못한 몇몇 동양화 작가들의 작품에만 일부 변형이 가해졌다.
또 하나의 장점은 모두 소품을 겨냥해 만든 신작이라는 사실. 참여 작가들의 면면은 쟁쟁하다. 고인이 된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장욱진, 남관, 하인두를 포함해 윤명로, 오수환, 권순철, 박영남, 황재형, 석철주, 전병현, 사석원, 안성하, 도성욱, 마리킴 등 원로·중진·신진 작가들이 골고루 섞여 있다.
작가들이 혹 답답함을 토로하진 않았을까. “오히려 재미있어했습니다. 1호짜리 소품을 처음 그려봤다는 분도 있었으니까요. 작아서 쉬운 게 아니라, 작기 때문에 이런저런 요소를 배치하는 게 더 어렵거든요.”
소품이라 가격도 비교적 ‘착하다’. 30만~300만원 수준이다. 소품 위주 전시를 쭉 이어나갈 생각이라는 김 대표는 “큰 돈 없어도 미술을 즐길 마음만 있다면 언제든 편안하게 들러 달라.”며 웃었다. (02)379-0317.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1-08-2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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