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이번엔 주택집단대출 비상

건설사들 이번엔 주택집단대출 비상

입력 2011-05-06 00:00
수정 2011-05-0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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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건설사들이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건설사들이 떠안고 있는 신규분양 아파트의 집단대출 이자부담이 후폭풍을 몰고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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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급증한 주택 집단대출 연체율을 놓고 이같이 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무너지는 중견 건설사들이 속출하면서 이들이 주도한 신규분양 아파트의 집단대출이 새로운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다.

집단대출은 아파트 등 주택 분양이나 재건축·재개발 때 이주비와 1~3차 중도금, 일부 잔금 정산에 드는 비용을 치르기 위해 분양자들이 단체로 은행에서 빌리는 돈을 일컫는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양 활성화를 위해 이자 후불제나 무이자 대출 등을 조건으로 내건 대다수 건설사가 대출을 알선한 뒤 분양자들이 은행에 내야 할 이자를 대신 물면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 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주택 집단대출 규모는 지난달 말 기준 71조 8000억원에 이른다. 연체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올라, 3월 말 기준 3.3% 수준이다. 일반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0.51%)과 비교하면 6배가량 높은 수치다. 건설사들은 앞서 건설경기 호황 때 곳곳에 벌여놓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에 발목이 잡히면서 심한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경기 침체로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가 격화되면서 주택 집단대출의 이자를 내지 못하는 건설사도 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진흥기업, LIG건설, 삼부토건, 동양건설산업 등이 잇따라 좌초하면서 건전한 건설사들의 집단대출 연체율도 계속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악순환의 고리를 가져올 전망이다. 건설사가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도산하거나 이자 지급을 거부할 경우 이자 원금과 연체 이자 등은 고스란히 분양자의 몫이 된다. 이자폭탄을 맞은 분양자들이 앞다퉈 계약 철회에 나서면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대출 은행도 대손충당금 유지에 매달리면서 건전성 악화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2011-05-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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