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서버 두번 뚫려… 비대출 고객정보 유출

메인서버 두번 뚫려… 비대출 고객정보 유출

입력 2011-04-12 00:00
수정 2011-04-12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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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해킹 어떻게 이뤄졌나

국내 대부업체들이 중국 등 해외 해커 조직에 의뢰해 제2금융권의 고객 정보를 빼내고 있다는 것은 지난해부터 수사 당국에 감지됐다. 해커 조직은 캐피털 등 특정 제2금융권의 서버에 접속해 실시간 고객들의 대출 정보를 빼낸 뒤 대부업체에 팔아넘기고 있었다. 다른 캐피털은 알고서도 쉬쉬하고 있는 데 반해 현대캐피탈이 ‘이례적’으로 해킹 사실을 인정하고 나와 이번 문제가 표면화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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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이병하 수사과장이 해커 일당 중 한명이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인출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여주며 수사 상황를 설명하고 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11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이병하 수사과장이 해커 일당 중 한명이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인출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여주며 수사 상황를 설명하고 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수사 당국은 현대캐피탈 등 제2금융권에서 보관하는 비대출자(대출문의 고객, 온라인 이용 고객, 대출 의뢰했다가 대출받지 못한 고객 등)들의 고객 정보에 대한 보안이 허술하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빚어졌다고 보고 있다. 대부업체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두 단계에 걸쳐 고객들의 개인 정보가 빠져나갔다. 1단계는 보안이 허술한 비대출자들의 정보다. 메인 서버에 연결된 보조 서버를 타고 들어가 메인 서버에 저장된 비대출자 42만여명의 개인 정보를 빼냈다.

유출 정보는 국내 대부업체나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 조직에 넘겨진다. 대부업체들은 이들 정보를 활용해 대출 알선 수수료를 챙기거나 직접 대출에 나선다. 캐피탈사에 대출을 의뢰했다가 대출을 받지 못한 이들의 정보를 이용해 다른 캐피털에 대출을 의뢰한다. 대출 승인이 떨어지면 해당 개인에게 “대출이 가능하다.”며 대출을 알선한 뒤 대출 금액의 10% 이상을 수수료로 챙긴다.

또 대출이 필요한 이들에게 휴대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대출 알선 메시지를 무작위로 발송한다. 수사 당국 관계자는 “해커들은 특정 캐피털사의 대출 거래 내역 등을 실시간으로 해킹해 정보를 빼낸 뒤 대부업체에 넘긴다.”면서 “국내 대부업체 90% 이상이 이런 식으로 대출이 필요한 이들의 정보를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이들 정보를 바탕으로 해당 개개인들에게 전화해 “모 캐피털사에 대출 의뢰를 했지만 대출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 우리가 다시 알아보니 대출이 되더라.”고 꾄 뒤 대출을 해 주고 수수료를 챙긴다. 수사 당국 관계자는 “대부업체들이 이미 빼낸 개인 정보를 활용해 대출을 알선했을 것”이라며 “제2금융권의 협조 없이는 구체적인 실태 파악이 어렵다.”고 밝혔다.

해커 조직들은 점조직으로 운영된다. 국내 대부업체에서 해외 해커 조직에 해킹 정보를 의뢰하면 몇 단계를 거친 뒤 최종 실행 해커에게 명령이 전달된다. 최종 해커를 통해 빼낸 정보도 몇 단계를 거친 뒤 국내 대부업체에 넘겨진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주로 중국에 거점을 둔 해커 조직들이 제2금융권의 개인 정보를 빼낸다.”면서 “현대캐피탈 해킹 건도 중국 해커 조직원이 필리핀 해커 조직원에게 최종 의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유출 정보는 건당 7~30원에 거래된다. 수사 당국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의 42만여명 정보는 1000만원 안팎에서 거래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2단계에서는 1단계에서 빼낸 정보를 분석해 현재 운용되고 있는 현대캐피탈의 보안 시스템을 풀고, 메인 서버에 들어갔다. 해커는 2단계를 통해 보안이 완벽하게 유지되고 있는 대출자 1만 2000여명의 정보까지 빼냈다. 이들 정보도 문제다. 이미 유출된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정보를 활용해 통장이나 휴대전화, 공인인증서 등을 개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 당국 관계자는 “아직 피해가 접수되지는 않았지만 유출 정보를 활용해 대출을 받거나 예금 인출을 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예금 인출이 일어날 경우 피해 규모는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통 비대출자들의 정보만 빼내 대부업체에 돈을 받고 팔아넘기는데, 이번에는 대출자들의 정보까지 해킹했다.”면서 “이는 해커가 자신의 해킹 실력을 주위 해커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2011-04-1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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