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활기 띤 경매시장… 미술계 봄바람 살랑
미술계가 경매 열기로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옥션을 시작으로 아이옥션(15일), K옥션(16일), 마이아트옥션(17일), AT옥션(4월 21일) 등 이름 있는 경매회사들이 주관하는 장터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나오는 작품만도 오귀스트 르누아르, 로버트 라우센버그,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천경자 등 1000여점에 이른다. 추정가 총액은 200억원대. 시장 상황이 아직 나아지지 않은 터라 등락 폭이 큰 현대미술보다 안정적인 고미술 작품이 눈에 많이 띈다.조선 왕실 도자기로는 드물게 용 문양이 들어간 ‘백자청화운룡문호’.
추정가 15억~18억원인 프랑스 인상파 화가 르누아르의 ‘기대 누운 분홍색 원피스 차림의 소녀’.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장터는 오는 17일 오후 4시 서울 인사동 공아트스페이스 2층에서 열리는 마이아트옥션 경매. 고미술품에 방점을 찍으면서 출범한 첫 경매다. 왕실 도자기 ‘백자청화운룡문호’(白磁靑畵雲龍文壺·추정가 20억~30억원, 이하 추정가 기준), 이징의 흰 매 그림 ‘백응박압도’(2억~3억원), 미국에서 들여온 2폭 자수 병풍 ‘십장생문자수2곡병’(1억~1억 3000만원) 등이 출품된다.
●11점 남은 희귀품… 17일 고미술 낙찰 최고가 경신 주목
‘백자청화운룡문호’는 조선 시대 제작돼 현재 11점 정도만 남아 있는 희귀 작품이다. 중국의 ‘견제’ 때문에 용 문양이 들어간 조선 백자 자체가 희귀한 데다, 백자는 크게 만들수록 찌그러질 위험이 커지는데 상대적으로 달항아리 같은 모양새를 잘 유지하고 있어 1등급으로 꼽힐 만 하다는 게 고미술계의 설명이다. 추정가 이상으로 낙찰되면 역대 고미술품 낙찰 최고가를 경신하게 된다. 지금까지 최고 기록은 지난해 경매로 팔린 ‘와유첩’(臥遊帖). 17억원이다.
AT옥션도 내달 21일 제2회 경매에 중저가 도자기 고서화 200여점을 내놓아 고미술 경매 열기를 이어간다.
이에 앞서 이달 15일 오후 5시 서울 경운동에서 열리는 아이옥션 경매는 일반인들도 도전해볼 만하다. 총 245점이 나오는데 추정가 1000만원 미만의 작품이 95%(230점)를 차지한다. 물론 청자상감 ‘운학당초문주전자’(7000만~1억원), 청자 ‘퇴화문정병’(5000만~1억원) 등 고가 작품도 있다. 윤보선·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등 유명 인사 15명이 쓴 친필 편지 15점도 나온다.
●해외 수집가 한국경매 참여 늘고 낙찰률 상승세
16일 오후 5시 서울 신사동에서 열리는 K옥션 경매에는 프랑스 인상파 화가 르누아르의 1890년 무렵 작품 ‘기대 누운 분홍색 원피스 차림의 소녀’(15억~18억원)가 선보인다. 최근 해외 수집가(컬렉터)가 한국 경매시장에 작품을 내놓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3월에는 르누아르 작품 ‘붉은 모자를 쓴 젊은 여인’이 6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데미안 허스트, 프랭크 스텔라, 구사마 야요이, 줄리앙 오피 작품 등 총 183점이 출품된다. 박수근의 ‘마을’(8억~12억원), 천경자의 ‘새’(1억 5000만~2억원)를 비롯해 조선시대 정선의 ‘해주허정도’(2억 7000만~3억 5000만원)와 김명국의 ‘한산도’(2억 2000만~2억 7000만원)도 만날 수 있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10일 실시한 경매 낙찰률이 74.4%로 지난해 평균보다 5%포인트 높아졌다.”면서 “1억원 이상에 낙찰된 작품의 수(11건)와 범위도 커졌다는 점에서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해석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1-03-15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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