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자유주의 이후’ 새달 6일까지
비슷한 나무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는데 어디서 불빛이 비쳐들었는지 빨간색이 한복 염색하듯 엷게 물들어 있다. 디지털 기술로 처리돼 참 곱고 예쁘다. 하지만 내막을 알고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당국이 시내나 교외 지역에 설치한 일종의 차단막이다. 그러니까 가난하고 개발되지 않은 지역을 외국인들에게 보일 수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차단막을 치면 미관상 좋지 않으니 경계선에다 나무를 잔뜩 심어버렸다. 붉은 빛은 올림픽 열기가 너울대며 넘어온 색깔이다. 나무와 붉은 색 조명은 사실 철조망이자 피라고 해도 무방하다.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흥분했던 우리나라의 모습이 겹쳐진다.노순택 작품 ‘검거’
디누 리가 중국의 현실을 고발했다면, 한국의 사진작가 노순택은 ‘검거’ 시리즈를 통해 한국의 공권력이 가진 폭력성을 증언한다. 1985년부터 고릴라 가면을 뒤집어 쓴 채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페미니스트 그룹 ‘게릴라 걸스’의 작품들도 이채롭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소장된 여성 현대예술가들 작품은 전체 작품 가운데 3%가 채 안 된다. 그런데 왜 소장 누드작품의 83%가 여성의 누드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게 ‘게릴라 걸스’다.
전시는 이제 출발이다. 기획자 서진석씨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예술가들은 예술로서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욕망이 있었는데, 지금 그 욕망을 되살려 보자는 것이 기획 취지”라면서 “이제 첫발을 뗀 만큼 2년 간격으로 열릴 다음 전시 때는 좀 더 주제를 좁혀 집중력 있는 작품을 선보일 작정”이라고 말했다. (02)3141-1377.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1-01-14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