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사태로 20대 ‘안보세대’가 됐다

연평도 사태로 20대 ‘안보세대’가 됐다

입력 2010-12-24 00:00
수정 2010-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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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정국과 20대 의식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20대를 쐈다.”

안보 정국을 거치면서 20대의 안보관이 주목 받고 있다. 연평도 사태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20대의 안보 의식은 기존 관념을 뛰어넘었다. 해병대 지원자가 늘어난 현상이 대표적이다. 기성 세대보다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높았고, 대북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도 강했다.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른 세대를 앞섰다. 한편으로는 현 정권의 대응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장 반북적이면서 반정부적 세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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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6개월 전 6·2 지방선거 때만 하더라도 야권의 승리를 견인한 ‘개념 세대’로 불렸던 이들이다. 하지만 연평도 사태 이후 20대가 ‘전쟁(안보) 세대’로 변했다는 말까지 들려오고 있다.

지난달 30일과 12월 1일 코리아리서치센터와 동아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김정일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는 어떤 지원도 반대한다’고 답변한 20대는 43.5%나 됐다. 전 연령대 (30대 35.0%, 40대 32.9%, 50대 이상 35.0%)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비슷한 시기 인크루트와 한겨레21의 긴급 설문조사에서도 ‘대북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답한 20대가 59.4%였다. 30대(37.2%)는 물론 50대 이상(46.2%)보다 반북 지수가 높았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지난 1일 발표한 ‘북한의 연평도 공격이 국민 여론에 미친 영향’ 설문조사는 20대의 안보 공포감을 반영한다. ‘전쟁이 일어날 것 같다’는 불안감을 보인 응답층은 20대(35.7%)가 가장 높았다. 30대(32.5%)와 40대(25.1%), 50대 이상(19.6%)을 앞섰다.

같은 날 우리 군의 연평도 사격훈련 실시 여부를 묻는 리얼미터의 긴급 여론조사에서도 20대의 76.2%가 ‘사격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50대 이상 68.7%, 40대 65.2%, 30대 57.3% 순이다.

지난달 25일 리얼미터가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대한 이 대통령의 대응 및 위기관리 능력’에 대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절반가량인 49.0%가 ‘잘 대응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20대의 경우 59.4%가 동의했다. 10명 중 6명 꼴이다. 30대와 40대는 각각 55.8%, 53.4%였다.

20대는 민주화 운동 이후 세대다. 탈냉전 이후에 태어나 반공에서 자유롭다. 북한을 적이라기보다 동족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짙었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민간인까지 사망한 것을 보고 북한 정권의 폭력성을 실제 목격했다. 북한을 민족이라는 개념보다 공격할 수 있는 ‘나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 이념적인 판단보다 정서적인 분노를 느낀다는 설명이다. 전쟁의 공포감을 드러낸 설문조사 결과는 이들이 태어나 처음 겪는 안보 혼돈의 실상을 반영한다. 이는 위기관리 시스템 부재와 미온적 응징 등 현 정권의 대응에 대한 불만으로 귀결됐다.

20대의 안보 의식을 반북 이데올로기의 복귀로 바라보면 성급하다는 해석도 있다. 경희대 이택광 교수는 “20대는 연평도 사태를 거치며 북한을 형제 국가에서 독자적 국가로 인식하게 됐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면서 “20대는 개인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이민도 고려하는 기성 세대의 ‘탈국가적’ 입장과 달리 한국이 정상국가로 작동하는 것을 원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해병대 지원 등에서 보이듯 나라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강하다는 해석이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2010-12-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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