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륙진출의 꿈과 형님예산/정찬묵 우송대학교 철도건설환경공학 교수

[기고] 대륙진출의 꿈과 형님예산/정찬묵 우송대학교 철도건설환경공학 교수

입력 2010-12-22 00:00
수정 2010-12-22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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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초 포항의 지역방송국 기자와 함께 대륙철도의 출발지인 러시아 하바롭스크에 소재한 철도분야의 세계적 명문대학인 국립극동철도대학(Far Eastern State and Transportation University)을 방문했다. 남북철도 연결, 나아가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까지 이르는 대륙철도와의 연결을 위한 동해안 철도 부설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다큐멘터리 제작 현장취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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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묵 우송대학교 철도건설환경공학 교수
정찬묵 우송대학교 철도건설환경공학 교수
필자는 울산, 포항 등에서 강원도 쪽 관광이 교통 불편으로 너무 힘들고, 낙후된 동해안 벨트의 지역개발을 위해서도 울산에서 포항을 거쳐 삼척까지 연결되는 동해선 철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동해선 철도 부설은 일제 강점기 때 계획된 사업으로, 일부 지역엔 교각까지 세워진 채 수십년째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얼마 되지 않아 남북철도 연결사업과 동해선 철도사업이 추진된다는 소식을 듣고 대륙 진출의 꿈이 실현될 날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벅찬 감회에 젖은 바 있다.

그런데,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렇게 착실하게 준비된 정책적 사업이 최근 ‘형님 예산’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움과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본 사업은 현 정부 출범 이전에 착수했던 사업으로, 착수 때는 아무런 말이 없던 사업이 현 시점에서 ‘형님 예산’으로 정치 쟁점화하는 것을 보면서 진정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정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정치란 무엇인가? 많은 이야기가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 국민을 섬기고 국가 장래를 위한 희망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여야 정치권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일치된 합의로 대륙철도 진출을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지난 정부부터 경의선 연결사업과 동해선 연결사업이 본격 추진되고, 2007년에는 북한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도라산역과 제진역이 개통됐다. 또 동해선 미연결 구간인 울산~포항 및 포항~삼척 구간 사업도 2002년부터 본격 추진되고 있다. 강릉~제진 구간도 조속히 연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적 섬나라를 벗어나기 위한 대륙철도의 꿈을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 녹색교통수단의 중심으로 철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최근 몇년간 매년 5조원 이상이 철도건설 투자비로 투입되고 2011년에만 해도 6조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돼 철도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낙후된 동해안벨트의 개발과 남북철도 연결, 나아가 대륙철도의 연결을 위한 울산∼포항, 포항∼삼척 철도사업이 본질과 무관하게 ‘형님 예산’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관련 지역주민의 반발과 더불어 정부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불신감 등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생산적인 논란은 아닐 듯싶다.

정치가 국민과의 소통으로 이뤄지듯 철도는 지역, 국민, 국가 간 소통수단이다. 최근 연평도 포격과 천안암 피격 등으로 남북, 중,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도 얼어붙고 있다. 대륙철도 건설은 주변국과의 소통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2010-12-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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