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韓流)’라는 말은 무한증식이 가능하다. 그런데 엄밀히 따져 한류가 아니라 오리엔탈리즘에 호소해 온 게 아니냐는 흥미로운 주장이 나왔다.
영미문학연구회가 펴내는 반년간지 ‘안과 밖’ 최근호에 실린 ‘DVD 커버, 일상에서 만나는 한국영화 이미지’가 그것이다. 최아룡 서강대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생이 서구권에서 유통되는 한국영화를 분석했다. 서구에서는 DVD 시장이 여전히 크다. 영화의 첫 인상을 결정짓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최씨가 DVD 겉표지를 분석 대상으로 삼은 이유다.
과거 군사정권의 혹독한 검열로 침체됐던 한국영화가 다시 부흥기를 맞은 것은 1988년 이탈리아 베니스 영화제에서 영화 ‘씨받이’가 여우주연상(강수연)을 받으면서다. 이때부터 국제무대에서 한국 영화계는 많은 상을 받아내기 시작했다.
최씨는 ‘오아시스’(이창동 감독)를 분기점으로 삼는다. 이 작품이 2002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음으로써 한국 현대사를 다룬 영화가 세계무대에서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 이전 수상작들은 주로 한국의 과거, 그러니까 동양적 풍경을 담은 작품이었다.
여기서 최씨가 지적하는 문제는 오리엔탈리즘이다. 동양은 대개 신비롭고 연약하고 관능적인 여성으로 상징된다. 이는 한국형 할리우드 액션영화인 ‘쉬리’에서 잘 드러난다. 한국판에서는 한석규라는 남자배우를 중심으로 DVD 표지가 구성되어 있다. 여배우 이미지는 아예 없다. 반면, 해외판 DVD는 007 영화 본드걸을 연상시키는 여배우의 노출 사진이 표지 전체를 장식한다.
2002년 프랑스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취화선’도 마찬가지다. 한국판에서는 널리 알려진 포스터 사진, 그러니까 최민식이 술병을 들고 호기롭게 지붕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이 실렸다. 그러나 해외판에서는 장승업이 기생 매향을 들판에서 범하는 장면이 실려 있다. 들에서 벌어지는 야합, 말 그대로의 이미지다.
폭력적인 이미지를 과도하게 극대화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는 한국판 DVD에서 폭력성을 그다지 강조하지 않았다. 그러나 해외판에서는 칼과 망치, 권총 등 복수 도구들이 적나라하게 노출된다.
최씨는 “한류에서 한(韓)자를 과도하게 확대해 동양적인 신비감을 극대화하거나 붉은색 등 자극적인 색깔을 쓰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때문에 한국영화가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자극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 익스트림’(Asia Extreme)이란 별칭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최씨는 “한국영화가 시장을 확보하려는 성급함을 자제하고 좀 더 진지한 자세로 임한다면 이런 오리엔탈리즘적 요소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영화 내용 자체로 만든 DVD 표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과거 군사정권의 혹독한 검열로 침체됐던 한국영화가 다시 부흥기를 맞은 것은 1988년 이탈리아 베니스 영화제에서 영화 ‘씨받이’가 여우주연상(강수연)을 받으면서다. 이때부터 국제무대에서 한국 영화계는 많은 상을 받아내기 시작했다.
최씨는 ‘오아시스’(이창동 감독)를 분기점으로 삼는다. 이 작품이 2002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음으로써 한국 현대사를 다룬 영화가 세계무대에서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 이전 수상작들은 주로 한국의 과거, 그러니까 동양적 풍경을 담은 작품이었다.
여기서 최씨가 지적하는 문제는 오리엔탈리즘이다. 동양은 대개 신비롭고 연약하고 관능적인 여성으로 상징된다. 이는 한국형 할리우드 액션영화인 ‘쉬리’에서 잘 드러난다. 한국판에서는 한석규라는 남자배우를 중심으로 DVD 표지가 구성되어 있다. 여배우 이미지는 아예 없다. 반면, 해외판 DVD는 007 영화 본드걸을 연상시키는 여배우의 노출 사진이 표지 전체를 장식한다.
2002년 프랑스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취화선’도 마찬가지다. 한국판에서는 널리 알려진 포스터 사진, 그러니까 최민식이 술병을 들고 호기롭게 지붕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이 실렸다. 그러나 해외판에서는 장승업이 기생 매향을 들판에서 범하는 장면이 실려 있다. 들에서 벌어지는 야합, 말 그대로의 이미지다.
폭력적인 이미지를 과도하게 극대화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는 한국판 DVD에서 폭력성을 그다지 강조하지 않았다. 그러나 해외판에서는 칼과 망치, 권총 등 복수 도구들이 적나라하게 노출된다.
최씨는 “한류에서 한(韓)자를 과도하게 확대해 동양적인 신비감을 극대화하거나 붉은색 등 자극적인 색깔을 쓰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때문에 한국영화가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자극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 익스트림’(Asia Extreme)이란 별칭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최씨는 “한국영화가 시장을 확보하려는 성급함을 자제하고 좀 더 진지한 자세로 임한다면 이런 오리엔탈리즘적 요소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영화 내용 자체로 만든 DVD 표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0-11-2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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