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시장서 맥못추는 국내 ICT기업

中시장서 맥못추는 국내 ICT기업

입력 2010-11-03 00:00
수정 2010-11-03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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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어 NHN 법인정리 철수… SKT도 쓴맛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중국 서비스 시장의 높은 벽에 가로막혀 잇따라 쓴잔을 들고 있다. NHN은 지난 27일 중국 현지법인 ‘아워게임 에셋츠(아워게임)’의 지분 55%를 모두 처분하고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NHN은 2004년부터 약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며 의욕적으로 중국 게임 사업에 진출했다. 그러나 아워게임은 지난해 매출 230억원, 당기순손실 37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악화돼 NHN은 결국 아워게임을 정리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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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의 ‘원조’로서 2006년 해외 진출의 첫 목적지로 중국을 택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SNS 붐에도 불구하고 중국 온라인서비스 시장에서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고민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역시 중국에 진출했다가 악화된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중국법인을 청산했다.

통신사업도 중국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물러난 경험이 있다. SK텔레콤은 2006년 1조원을 들여 중국 2대 유·무선통신사인 차이나유니콤 지분 6.6%를 취득한 뒤 직접 경영을 목표로 중국 통신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자국 내 통신시장 구조조정과 함께 차이나유니콤이 분할되면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부분이 제1위 사업자인 차이나텔레콤으로 합병됐다. 이에 따라 지분율이 줄어들면서 경영권 참여가 어려워지자 SK텔레콤은 차이나유니콤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중국 내 이동통신사업 직접 경영’ 목표에서 한발 물러났다.

이처럼 국내 ICT 서비스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잇따라 좌절을 겪은 이유는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규제가 심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의 경우도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사업 진출이 좌절된 사례. 특히 통신사업은 국가 기간사업이라는 점 때문에 외국기업이 진출하는 데 규제가 더욱 까다롭다. 구글조차도 중국 정부의 배타적인 규제 정책에 밀려 지난 3월 중국에서 철수했다.

NHN 관계자는 “외국기업의 단독법인 설립 금지 등 중국 정부의 규제가 심해 사업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도 “중국 정부의 게임 심의 과정에서 게임 컨셉트 등 내용이 유출돼 중국업체가 먼저 도용해 서비스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이 중국시장 진출 과정에서 현지화 노력이 부족했다는 시각도 있다. 자국 문화에 대해 자부심이 강한 중국인들을 상대로 성공하려면 기존 서비스를 중국어로 번역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온라인 서비스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성숙 단계에 진입해 지역별로 서비스 수준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 중국시장 진출의 벽이 높아졌다는 지적도 있다.

권기덕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국내에서 성공한 서비스를 그대로 가져가면 이미 늦는다.”면서 “중국 현지업체와의 적극적인 제휴를 통해 곧바로 서비스를 시작하는 모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2010-11-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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