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경기자의 ‘그림자 배심원’ 참관기

백민경기자의 ‘그림자 배심원’ 참관기

입력 2010-10-07 00:00
수정 2010-10-07 00:5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두 종류’의 배심원이 법정에 모였다. 7명의 정식 배심원과 12명의 그림자 배심원이었다. 지난 5일 오전 서울 남부지방법원 406호 법정. 강·절도 혐의로 기소된 송모(48)씨에 대한 공판이 진행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판에는 서울신문 등 6명의 기자와 숙명여대 법학과 재학생 6명으로 구성된 ‘그림자 배심원단’이 참관했다. 그림자 배심원제도란 정식 배심원처럼 재판을 참관하고, 평의·평결을 내리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재판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이 정식 배심원과 다르다.

이미지 확대
‘그림자 배심원’으로 참관한 기자와 학생들이 모의 평의를 하고 있다. 남부지방법원 제공
‘그림자 배심원’으로 참관한 기자와 학생들이 모의 평의를 하고 있다.
남부지방법원 제공
●시청각 자료로 배심원 이해도와

오전 11시. 검사가 공소장을 낭독하자 배심원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다. 그림 등 배심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다양한 시각자료가 동원됐다. 파워포인트가 익숙지 않은 듯 검사가 “이거 어떻게 하는 거죠?”라고 사용법을 물으며 진땀을 흘렸다. 보는 ‘눈’이 많으니 재판이 투명해졌다는 느낌이었다.

재판의 쟁점은 범행 당시 폭행·협박이 인정되는지 여부였다. 송씨는 오른손 부상이 심해 껴안기만 했을 뿐 밀거나 때린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주먹으로 뒤통수를 맞았다.”고 맞섰다. 그러나 정확한 현장사진이나 부상 정도를 입증할 만한 증거들이 부족해 실망스러웠다.

오후 6시. 배심원 평결이 시작됐다. 기자 3명과 숙명여대 학생 3명씩 조를 나눴다. 기자가 속한 A조에서는 1명을 빼고 유죄라는 결과가 나왔다. 기자도 유죄를 주장했다. 오른손이 다쳤다 해도 왼손 사용이 가능하고 158㎝의 왜소한 중년의 피해자가 170㎝인 피고인을 뿌리치다 다쳤다면 그 자체로도 폭행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이범준(37) 경향신문 기자는 “강도로 처벌받은 뒤 20년 가까이 절도만 해온 피고인이 강도로 돌변할 가능성이 적다.”며 무죄에 힘을 실었다.

●“국민 참여재판 확 대 필요”

양형 부분에서는 저마다 달랐다. 1년6개월부터 7년까지 다양했다. 이환희(21·숙명여대 법학과)씨는 “재범 우려가 강하다.”며 4년형을 주장했다.

오후 8시30분. 판결이 재개됐다. 기자의 의견대로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진짜’ 배심원들도 유사한 의견을 내놨다. 10시간에 걸친 마라톤 공판 뒤 “이제 자유”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기도 했지만, 재판 과정의 투명성이나 일반인의 공감여부 등을 고려했을 때 국민참여재판 확대 필요성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2010-10-07 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