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항마는… 김태호·김문수·이재오 대결구도 재편
김태호, 김문수, 이재오… 동지냐, 적이냐. 지난 8·8개각에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격 발탁되면서 여권 내 잠룡들의 대결구도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특히 그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맞설 친이계의 대표주자 자리를 놓고 세 사람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김문수 지사는 지난 10일 저녁 김태호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지사가 경기도청 월례조회에서 김 후보자를 비판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 파문을 일으키자 이를 무마하기 위한 것이었다.
두 김씨는 통화에서 서로 덕담을 나눴지만, 두 캠프 사이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돌고 있다. 김 지사 측에서는 6·2 지방선거를 거치며 김 지사가 박 전 대표에 맞설 친이계의 대표 주자로 부상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8·8 개각에서 김 후보자가 등장하자 “이건 뭔가.”라는 의혹을 갖게 된 것이다. 김 지사 캠프 측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직도 보수세력 내에서는 김 지사의 민중당 경력을 들어 “좌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진 이들이 일부지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 측에서도 김 지사 캠프의 이 같은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있다. 그 때문에 김 지사의 월례조회 발언이 나왔을 때 맞바로 받아친 것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두 사람은 친이계 대표 자리를 놓고 숙명적으로 부닥칠 수밖에 없는 관계다.
한 친이계 의원은 “둘 다 대권에 욕심이 있겠지만, 아직 잠재적 후보군인 만큼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김문수 vs 이재오
민중당 시절부터 ‘20년지기 동지’였던 김 지사와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의 관계는 더욱 복잡하다. 두 사람은 사적으로 형과 아우로 통한다.
아직까지 겉으로 갈등양상을 드러낼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겉으로 ‘밀어주는’ 관계라고 하기에도 애매해 보이는 면이 있다.
이 후보자는 지난 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지사를 차기 권력으로 밀 것이라는 말이 있다.”는 질문에 “문수? 문수와 친하지. (그런데) 내가 민다고? 허허허.”라고만 답했다.
반대로 김 지사도 최근 사석에서 “‘이 후보자가 직접 대권에 나설 테니 도와달라.’고 하면 어떡하냐.”는 질문을 받자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뜻이 더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계의 중진 의원은 “두 사람 간의 관계는 이 후보자가 킹이 되려느냐, 킹메이커가 되려느냐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이재오 vs 김태호
지난 8일 개각 발표가 나자 민주당은 김 후보자와 이 후보자를 두고 ‘인턴총리 위에 특임장관’이라고 평가했다. 김 후보자에게는 이 후보자는 양날의 칼이다. 잘 쓰면 보검이 되고, 잘못 쓰면 스스로를 벨 수 있다. 이 후보자에게도 김 후보자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키우지 못하면 쓸모가 없고, 너무 키우면 다루기가 버겁다.
한나라당의 김무성 원내대표는 최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 후보자도 큰 꿈을 꾸고 있는 정치인”이라면서 “누구의 꼭두각시 노릇하고 그러면 (정치적으로) 죽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 측에서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일단 두 사람은 이명박 정부 3기 내각을 끌고 갈 주축이기 때문에 당분간 뚜렷한 대립각을 세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여권내 권력구도가 새롭게 재편되는 과정에서는 잠재적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2010-08-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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