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엑스페리먼트’

[영화리뷰] ‘엑스페리먼트’

입력 2010-08-10 00:00
수정 2010-08-10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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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바부터 초식동물, 육식동물에 이르기까지 지구 위의 모든 동물이 펼치는 약육강식의 장면을 보여 주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리고 시위대에게 몽둥이를 휘두르는 경찰의 모습을 마지막에 슬그머니 끼워 넣는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도 한낱 동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암시하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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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개봉하는 ‘엑스페리먼트’는 처해진 상황에 따라 사람이 얼마나 악마적으로 바뀔 수 있는지 보여 주고 있다. 2001년 각종 국제영화제를 휩쓸고 다닌, 같은 제목의 독일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1971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필립 짐바르도 교수가 진행했던 감옥 실험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선한 사람을 추악하게 변화시키는 것은 타고난 기질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상황과 시스템이라는 결론에서 도출해낸 실험이다.

임시직이라는 이유로 요양원에서 갑작스레 해고당한 트레비스(애드리언 브로디). 새로 사귄 여자친구 베이(매기 그레이스)와 인도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1만 4000달러가 걸려 있는 심리학 연구 피실험자 모집에 응한다.

트레비스를 비롯해 소심한 자동차 렌털 회사 직원 배리스(포레스트 휘태커·왼쪽) 등 다양한 인종과 연령, 배경을 지닌 남자들이 간수 그룹과 죄수 그룹으로 나뉘어 2주 동안 가상의 감옥 체험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그저 가벼운 게임으로 생각하던 피실험자들은 점점 역할극에 몰입한다. 간수 그룹은 죄수 그룹을 통제하기 위해 점점 잔인해지고, ‘수컷’으로서 모멸감을 느낀 죄수 그룹도 분노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1988년 ‘버드’로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2007년 ‘라스트 킹’으로 미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포레스트 휘태커와 2003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로 미국 아카데미 사상 최연소(30세) 남우주연상을 받은 애드리언 브로디의 연기 대결만으로도 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작품이다.

실생활에선 ‘루저’였다가 일찍이 자신이 누리지 못한 권위를 갖게 되자 그 맛에 빠져 서서히 광기에 휩싸이는 휘태커의 연기가 전율을 일으킨다. 유명한 탈옥 미드(미국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 시리즈의 각본과 프로듀서를 담당했던 폴 셰어링이 메가폰을 잡은 점도 관심을 끈다.

간수 그룹과 죄수 그룹의 일촉즉발 상황이 영화 내내 긴장감을 갖게 하지만, 2% 부족의 여운을 남긴 채 다소 싱겁게 막을 내리는 것은 아쉬운 점. 실제 짐바르도 교수의 실험은 영화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일당은 15달러였고, 피실험자들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석방될 수 있었다고 한다. 정신이나 신체상 문제가 발생한 경우도 실험 중간에 석방됐다고 한다. 물론 피실험자들이 역할극에 몰입하며 잔인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고. 95분. 15세 이상 관람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10-08-1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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