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현장에서 ‘셀카’…법원 “강간 아니다”

성폭행 현장에서 ‘셀카’…법원 “강간 아니다”

입력 2010-07-15 00:00
수정 2010-07-1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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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이 이뤄진 장소에서 피해자가 이른바 ‘셀카’(셀프 카메라·카메라로 자신의 모습을 찍기) 등을 찍었다면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강형주)는 소속 연예인 A씨를 수차례 성폭행하고 상해를 입힌 혐의(강간치상)로 구속 기소된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35)의 전 매니저 김모(4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A씨에게 “유진 박을 용서하는 한이 있어도 넌 절대 용서 못한다. 넌 내 노예다.”라고 협박하며 이른바 ‘노예계약서’를 쓰게 하고, 방송 출연을 미끼로 가수 지망생에게 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 등에 대해선 원심과 같이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유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피해자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해 이같은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A씨는 강간현장에서 입 꼬리를 올린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셀카’를 찍었다.”며 “이는 일생일대의 충격적 사건을 겪은 뒤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A씨가 지난 2009년 6월 김씨를 고소하기 전에도 수 차례 성관계를 가진 점, 성관계를 갖기 전 쇼핑을 하면서 김씨가 계산하고 A씨의 카드에 포인트를 적립한 점, 성관계를 가진 후 김씨가 A씨를 항상 데려다 주고 귀가 중에는 서로 문자를 주고받기도 한 점 등을 종합할 때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씨는 지난 2007년 9월 지방공연 당시 머문 호텔에서 A씨를 성폭행하고 상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20대 초반으로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주변에 연예인 활동을 자랑하고 싶었을 것이고, 매일 셀카를 찍는 습관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장에서 셀카를 찍은 행위만으로 A씨의 진술을 의심할 수는 없다.”면서 “또 고소 당시에도 셀카에 기재된 스케줄을 통해 피해 일시를 특정한 점을 보면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해 유진박을 폭행·감금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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