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도둑 맞은 골/육철수 논설위원

[씨줄날줄] 도둑 맞은 골/육철수 논설위원

입력 2010-06-29 00:00
수정 2010-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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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축구대회는 지역예선과 본선에 걸쳐 2년여의 레이스를 펼친다. 남아공 월드컵에는 대륙별 예선을 포함해 세계 206개국이 참가했다. TV시청 연인원이 263억명으로 추산될 만큼 지구촌 대축제다. 그런데 심판의 잦은 오심으로 경기의 흐름과 결과가 달라져 실망스럽다. 오심은 선수와 팀에 치명타가 되고, 한 나라 국민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그래서 월드컵 16강, 8강, 4강, 우승은 실력에 덧붙여 심판과 신(神)의 도움 없이는 아주 어려운 일이다.

우리나라도 오심과 ´신의 장난´에 웃고 울었다. 아르헨티나와의 예선리그 경기에서 박주영의 무릎을 스치고 우리 골문으로 빨려들어간 골은 온전히 신의 뜻이었다. 반면 1대2로 뒤지다가 먹은 세 번째 골은 명백한 오프사이드 반칙이었다. 그러나 심판은 골로 인정했고 태극전사들의 추격 의지를 꺾어놓았다. 신의 뜻과 오심이 없었다면 경기 결과는 분명히 달라졌을 것이다. 독일과 잉글랜드의 16강전에서 대형 오심이 있었다. 1대2로 뒤지던 잉글랜드가 전반 38분 골을 넣었으나 인정받지 못했다. 크로스바를 맞은 공은 누가 봐도 골문 안쪽에 떨어졌다. 오심으로 동점 기회를 놓친 잉글랜드는 기가 푹 죽었고, 결국 1대4로 대패했다. 이어 벌어진 아르헨티나와 멕시코전에서도 아르헨티나의 선제골은 명백한 오프사이드였다. 멕시코 선수들 역시 사기가 뚝 떨어졌고 1대3으로 지고 말았다.

눈깜짝할 새 벌어지는 경기상황에서 심판의 오심은 인간의 한계일 수 있다. 그러나 오심이 경기의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정당한 골이 인정받지 못하거나 오프사이드, 핸들링 반칙 등에 의한 골은 당하는 팀으로선 ‘도둑 맞은 골’이다. 결승전까지 가는 동안 또 어느 나라 팀과 국민이 오심 탓에 땅을 칠지 모른다. 첨단시대에 인간의 오심으로 세계인의 축제가 더 이상 훼손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대안은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는 길뿐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판정은 인간의 영역으로 남겨야 한다.”고 고집할 일이 아니다. 현재 기술로 그라운드의 심판들과 비디오 판독관 사이에 얼마든지 경기중단 없이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 육상에서는 1만분의1초까지 비디오로 판독하며, 펜싱·테니스 등 여러 종목에서도 이를 채택하고 있다. 월드컵 중계료 등으로 4조원 이상을 벌어들이면서 비디오 판독기 운영을 외면하면 곤란하다. 권위 있는 월드컵을 위해서 공정성은 생명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10-06-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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