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戰 패배에 시민의식 실종…쓰레기 ‘수북’

아르헨戰 패배에 시민의식 실종…쓰레기 ‘수북’

입력 2010-06-18 00:00
수정 2010-06-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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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월드컵 한국-아르헨티나전이 패배로 끝나자,시내 주요 응원장소에서는 상당수 시민이 쓰레기를 그대로 두고 떠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17일 오후 10시50분께 응원인파가 거의 다 빠져나간 서울 월드컵 경기장 좌석 주변에는 버려진 맥주 캔과 치킨상자,막대풍선이 수북했다.

 쓰레기 봉지를 들고 경기장을 나오던 김성민(24.대학생)씨는 “낙심한 탓에 청소를 안 하고 그냥 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다.승패와 관련 없이 에티켓은 지키는 게 맞는데 아쉽다”고 했다.

 응원 무대가 설치된 잔디 구장에서도 음식 쓰레기 등이 많이 남아 경기 종료 후 환경미화원들이 별도로 청소해야만 했다.

 인파 12만명이 모인 코엑스 주변 영동대로도 사정은 비슷했다.

 길 중간에 콜라·맥주 캔,과자 봉지 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이런 광경을 못 참은 시민 100여 명이 봉지를 들고 마무리 청소를 했다.

 여고생 이지수(16)양은 “다 마시지 않은 음료수 캔을 놔둔 게 제일 괴롭다.치우기도 어렵고 자리를 더럽힌다”고 한숨을 쉬었다.

 시청 앞 서울광장에도 인근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이 음식물 쓰레기와 신문지,담배꽁초 등으로 뒤덮였다.

 비록 경기에는 졌지만,선진시민으로서 ‘지킬 것은 지키는’ 미덕을 발휘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에서는 경기 뒤 한 청년이 주황색 봉투와 집게를 들고 다니며 ‘쓰레기는 저에게 주세요.대신 버려 드립니다’며 너스레를 떨어 주변의 박수를 받았다.

 서울광장 한복판에서도 한 IT기업의 동호회 회원 20여 명이 별도로 준비한 쓰레기봉투 1만여개를 행인들에게 나눠주며 선진 응원 문화를 당부했다.

 광장 중앙 잔디밭은 이런 시민들의 노력 덕에 경기 종료 후 약 20분 뒤 별도의 청소가 필요 없을 정도로 깨끗이 치워졌다.

 청소를 하고 나서 서울광장에서 친구들과 마무리 응원을 하던 주재범(29)씨는 “어차피 16강 갈 것으로 믿어 실망도 하지 않았다.지금 이 순간이 즐겁다”고 웃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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