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 가기로 약속했지만… 울지 않고 씩씩하게 견딜래요”

“놀이공원 가기로 약속했지만… 울지 않고 씩씩하게 견딜래요”

입력 2010-05-04 00:00
수정 2010-05-0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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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사고로 아빠 잃은 가영이의 어린이날

“아빠랑 이번 어린이날을 함께 보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울음이 날 것 같아요. 하지만 씩씩하게 참고 견딜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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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희생자 박경수(왼쪽) 중사가 생전에 부인, 딸과 함께 찍은 사진.  해군 제공
천안함 희생자 박경수(왼쪽) 중사가 생전에 부인, 딸과 함께 찍은 사진.
해군 제공
●평택 원정초교 운동회 취소 상담치료

천안함 침몰 사고로 아빠(고 박경수 상사)를 잃은 가영(7)양은 어린이날인 5일 치료를 받으러 학교에 간다. 가영이가 다니는 경기 평택 원정초등학교에는 같은 일을 당한 6명의 또래 아이가 있다. 고 김태석 원사의 두 딸 해강이와 해나, 고 남기훈 원사의 두 아들 재민·재현이, 고 김경수 상사의 딸 다혜양 등이다.

가영이 등 천안함 희생자 자녀들은 어린이날 놀러 학교에 가는 게 아니라 8시간 동안 전문가들로부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상담치료를 받기 위해 학교에 간다. 학교는 해마다 어린이날 전 날 열던 운동회를 다음 달로 미뤘다. 백성욱 원정초등학교 교감은 3일 “영결식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운동회를 열 분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아쉬워했지만 이해하는 분위기라고 백 교감은 전했다. 담임 교사들이 왜 연기됐는지를 설명하면서 한달 뒤에는 더 크고 성대하게 열 것을 약속했다. 대신 어린이날엔 선생님과 희생자 자녀들, 어머니들이 함께 서로를 보듬는 시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운동회 대신 희생자 자녀들은 어린이날 다음날인 6일 소풍을 간다. 6학년에 재학 중인 고 남기훈 원사의 큰 아들 재민(13)군은 1박 2일 일정으로 경주 수학여행을 간다. 1학년생인 가영이와 고 김태석 상사의 딸 해강(7)양은 서울대공원으로 소풍을 간다. 모든 비용은 학교에서 부담한다. 백 교감은 “희생자 자녀 어머니들도 자녀들이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하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체험학습에도 빠짐 없이 참석시킬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기가 꺾일까봐 걱정이다. 가영이 엄마 박미선씨도 학교에 가는 딸에게 “절대 울지 말고 씩씩하게 행동해, 알았지.”라고 단단히 일렀다.

●6일엔 수학여행·소풍 참석

가영이는 지난해 아빠, 큰아버지 가족과 함께 놀이동산에 다녀왔다. 아빠와 놀이기구도 타고 맛있는 음식도 먹었다. 아빠는 올해 초 가영이에게 “어린이날에 함께 놀이공원에 가자.”고 약속을 했지만 천안함 사건으로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돼 버렸다. 한편 각계의 어린이날 선물이 희생자 자녀들에게 속속 도착했다. LH공사는 희생자 자녀 6명에게 전달할 문화상품권 90만원어치를 학교에 보냈고, 평택지역 한 서점에서는 아이들에게 책을 선물했다. 백 교감은 “영결식 이후로 꿋꿋하게 학교에 나오고 있는 아이들이 대견하다.”면서 “어린이날을 맞아 교장선생님이 선물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양진 윤샘이나기자 ky0295@seoul.co.kr
2010-05-0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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