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였다. 올해 공모주 시장의 최대어인 삼성생명의 청약이 시작된 3일 하루에만 3조원의 자금이 앞다퉈 몰려들었다. 청약 첫날 증거금 규모로 역대 최대다. 삼성생명 공모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3조 1820억원의 청약 증거금이 들어왔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배정된 물량은 888만 7484주이지만 5785만 5070주의 신청이 쇄도, 6.5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보통 공모주 청약은 80~90%가 온라인, 자동응답전화(ARS)로 이뤄지지만 이날 각 증권사 지점에는 점심시간 짬을 낸 회사원뿐 아니라 주식 투자 경험이 없는 주부들의 발길까지 이어졌다. 한국투자증권 명동지점의 이언주 팀장은 “보통 공모주 청약을 받으면 5명 남짓 객장을 찾을까 말까인데 오늘은 오전에만 50여명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투자경험 없는 회사원·주부 발길
경기 분당에 사는 주부 권영희(60)씨는 집 인근 증권사에서 자산관리계좌(CMA)에 묻어 뒀던 돈 5500만원으로 삼성생명 주식 1000주를 청약했다. 권씨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아들, 딸까지 청약에 나섰다.”면서 “경쟁률도 세고 공모가도 높아 걱정은 되지만 삼성의 마지막 상장이라고 해 3~6개월 정도 추이를 보고 수익이 나면 돈을 뺄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여의도 지점을 찾은 주부 이모(53)씨는 “주식을 한 번도 안 해 봐서 걱정”이라면서도 “워낙 저금리이다 보니 조금 적자가 나더라도 과감히 투자해 보자는 생각에 은행예금 2000만원을 빼 왔다.”고 했다.
증권사의 신규계좌 수도 급증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하루 평균 320개였던 신규계좌가 청약 개설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에는 3450개에 달했다.
경쟁률이 이렇게 치솟으면 투자자들에게는 불리하다. 배정받을 수 있는 주식 수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박석현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증거금을 많이 냈어도 물량을 얼마 못 받으면 주가가 오르더라도 차익을 내기가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물량을 원하는 만큼 받지 못한 투자자들이 상장 이후 주식매수에 나서 시초가가 올라갈 가능성도 예상된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대한생명도 27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상장 첫날 공모가 8200원에서 시초가가 8700원으로 올랐다.”면서 “삼성생명도 비슷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신규계좌수 평소의 10배
그러나 삼성생명은 공모 규모가 대한생명의 3배에 이르기 때문에 경쟁률이 그만큼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 연구위원은 “단기 유동성이 아무리 많이 풀린다 해도 물량 자체가 워낙 많아 10대1 또는 15대1에서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환율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날부터 대금 납부일인 7일까지 달러를 사들이고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도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도 물량을 내놓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효과는 의문이다.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일시적으로 달러를 안 내놓겠다는 것이어서 환율 하락이 지연될 수는 있겠지만 근원적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삼성생명 이슈뿐 아니라 중국 위안화 절상에 무역·경상수지 흑자 등 거시지표가 워낙 좋아 원화 강세 압력이 계속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보통 공모주 청약은 80~90%가 온라인, 자동응답전화(ARS)로 이뤄지지만 이날 각 증권사 지점에는 점심시간 짬을 낸 회사원뿐 아니라 주식 투자 경험이 없는 주부들의 발길까지 이어졌다. 한국투자증권 명동지점의 이언주 팀장은 “보통 공모주 청약을 받으면 5명 남짓 객장을 찾을까 말까인데 오늘은 오전에만 50여명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 접수가 시작된 지난 3일 오후 서울 신한금융투자 여의도지점에 청약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경기 분당에 사는 주부 권영희(60)씨는 집 인근 증권사에서 자산관리계좌(CMA)에 묻어 뒀던 돈 5500만원으로 삼성생명 주식 1000주를 청약했다. 권씨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아들, 딸까지 청약에 나섰다.”면서 “경쟁률도 세고 공모가도 높아 걱정은 되지만 삼성의 마지막 상장이라고 해 3~6개월 정도 추이를 보고 수익이 나면 돈을 뺄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여의도 지점을 찾은 주부 이모(53)씨는 “주식을 한 번도 안 해 봐서 걱정”이라면서도 “워낙 저금리이다 보니 조금 적자가 나더라도 과감히 투자해 보자는 생각에 은행예금 2000만원을 빼 왔다.”고 했다.
경쟁률이 이렇게 치솟으면 투자자들에게는 불리하다. 배정받을 수 있는 주식 수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박석현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증거금을 많이 냈어도 물량을 얼마 못 받으면 주가가 오르더라도 차익을 내기가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물량을 원하는 만큼 받지 못한 투자자들이 상장 이후 주식매수에 나서 시초가가 올라갈 가능성도 예상된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대한생명도 27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상장 첫날 공모가 8200원에서 시초가가 8700원으로 올랐다.”면서 “삼성생명도 비슷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신규계좌수 평소의 10배
그러나 삼성생명은 공모 규모가 대한생명의 3배에 이르기 때문에 경쟁률이 그만큼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 연구위원은 “단기 유동성이 아무리 많이 풀린다 해도 물량 자체가 워낙 많아 10대1 또는 15대1에서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환율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날부터 대금 납부일인 7일까지 달러를 사들이고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도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도 물량을 내놓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효과는 의문이다.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일시적으로 달러를 안 내놓겠다는 것이어서 환율 하락이 지연될 수는 있겠지만 근원적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삼성생명 이슈뿐 아니라 중국 위안화 절상에 무역·경상수지 흑자 등 거시지표가 워낙 좋아 원화 강세 압력이 계속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10-05-0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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