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이사장 사퇴배경·전망
김우룡(67)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MBC 인사에 권력 기관이 개입했다고 시사한 인터뷰로 19일 전격 사퇴함에 따라 이번 사건이 몰고 올 파장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김 이사장의 사퇴 이후에도 방문진 이사장 선임문제와 MBC 인사에 대한 권력 기관 개입 진상규명 등을 둘러싸고 상당 기간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김 이사장은 17일 발행된 월간지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엄기영 MBC 전 사장의 사임 과정이나 김재철 현 사장과의 갈등 등을 언급하면서 MBC 인사에 권력기관이 개입한 듯한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김재철 사장 “김우룡씨 고소”
기사는 김 이사장이 김 사장의 MBC 관계사 인사와 관련해 “‘큰 집’(권력기관)도 (김 사장을) 불러다가 ‘조인트’ 까고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다). 김재철(사장)은 (내가) 청소부 역할을 해라(하니까). 청소부 역할을 한 것이다. (이번 인사로) 좌파 대청소는 70~80% 정도 정리됐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파장이 커지자 김 이사장은 이날 오후 열린 방문진 이사회에 참석해 “어쨌든 설화(舌禍)를 일으킨 것은 맞다. 자리에 연연하고 싶지 않다.”고 해명한 뒤 퇴장했고, 곧바로 사퇴의사를 통보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8월10일 이사 호선을 통해 3년 임기의 방문진 이사장으로 선임된 뒤 7개월여 동안 이사장직을 맡아 왔다.
김재철 MBC 사장도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이사장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MBC를 지키고 관리·감독해야 할 기관의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본다.”면서 “김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하겠다.”고 강력 반발했다.
●방문진 당분간 직무대리 체제로
MBC 인사를 둘러싼 권력 기관 개입설에 대해서도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MBC 노조는 “자신(김 이사장)이 김재철 사장과 무슨 얘기를 했는지 진실을 밝혀야 한다.”면서 “기억 안 난다는 무책임한 말로 사안을 덮으려 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이사장의 사퇴에 따라 방문진은 당분간 이사장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방문진이사회 내부 규정에 따르면 전 이사장이 따로 지명하지 않으면 나이가 가장 많은 이사가 이사장 직무대리를 맡게 돼 있다. 남은 이사 중 가장 연장자는 야당 성향인 고진 이사다. 공석이 된 이사직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선임하게 된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2010-03-2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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