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12개월 연속 2% 동결
우리 경제에 변수는 많지만 큰 탈은 없을 것 같다. 올해 4%대 후반 성장은 아직까지 문제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다음 수순은 사상 최저치인 금리를 정상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이다. 하지만 그 시점이 과연 지금인지는 잘 모르겠다.한국은행의 고민을 요약하면 이렇다. 일단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연 2.0%)에서 유지하기로 한 이유다. 지난해 3월 이후 12개월 연속 동결이다.
한은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하지만 기준금리 동결은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오히려 관심이 집중됐던 것은 이성태 한은 총재의 발언이었다. 대내적으로 좋은 지표와 나쁜 지표가 뒤섞여 나오는 가운데 미국·중국·유럽 등 해외 ‘빅3’발(發) 악재와 같은 변화한 상황을 통화당국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이 총재는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기는 수출과 내수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고 생산활동도 제조업, 서비스 모두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설비투자를 나타내는 실적 지표나 설문조사 지표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경기는 올해 중에 완만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면서 “경제가 예측 수준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은은 올해 우리 경제의 실질성장률을 4.6%로 전망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어 “최근 그리스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 국가채무 문제가 불거지고 중국에서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 은행대출의 급격한 증가에 대응해 경제를 안정시키려는 정책들이 나타나고 있으나 우리의 경기상황에 그렇게 나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리인상 시점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우리 경제가)정상궤도에 완전히 복귀한 것이 아니므로 조심스럽게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저금리의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관심을 갖고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물경제나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는 여러 징후가 나온다면 금리를 인상해서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기본 인식에 변함이 없다.”면서 “다만 경제의 불확실성이나 예측 오차가 있을 수 있고 상황 전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매월 방향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무한정 동결상태로 유지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미리 감안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구체적으로 언제 금리를 올릴지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HSBC의 아시아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프레드릭 뉴먼 박사는 이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상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뉴먼 박사는 “한국 경제는 예상보다 더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좀 더 빠른 시점에서 긴축기조로 돌아설 필요가 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기준금리 인상폭에 대해 “한국이 기준금리를 현재보다 1.0%포인트 올려도 인플레이션 요소를 잡기에는 충분치 않다.”면서 “기준금리가 4.0%는 돼야 경기진정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2010-02-12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