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4D영화 유감/진경호 논설위원

[씨줄날줄] 4D영화 유감/진경호 논설위원

입력 2010-02-01 00:00
수정 2010-02-0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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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스크린 속의 존 웨인은 악당들을 잘도 보고 총을 쏜다. 하지만 객석에 앉은 너나 네 친구는 보지 못한다. 존 웨인은 2차원, 너는 3차원에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 시절 물상 선생님이 ‘차원(dimension)’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해준 설명이다. 3차원 세상의 우리 인간들로서는 3차원 입체공간에 시간이 더해진 4차원을 결코 볼 수 없는 현실의 한계를 이해하라는 설명이기도 했다.

시간이 늘거나 줄 수 있고, 빛도 휠 수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기초로 ‘4차원’의 개념을 열심히 익히던 그 시절, 현대물리학은 이미 5차원, 6차원 아니 11차원으로까지 내달리기 시작했다. 도무지 우주의 빅뱅이나 물질의 근원을 설명할 수 없는 일반상대성이론의 한계에 직면한 인류는 4차원을 뛰어넘는 고차원이 있을 것이라(아니 있어야 한다고) 여겼고, 마침내 1974년 미 캘리포니아 공대 교수 존 슈바르츠가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과 함께 초끈이론의 전제조건으로 10차원을 들고 나온 것이다.

초끈이론은 물질이 입자가 아니라 끈(10의 -33제곱㎝)으로 이뤄져 있고, 이 끈의 진동방식에 따라 입자가 달라지는 것으로 본다. 중력과 전자기력, 약력, 강력 등 만물에 작용하는 네가지 힘의 원리를 하나로 묶어줄 ‘통일이론(Theory of Everything)’에 가장 근접한 이론으로 현대과학에서 평가받고 있다. 이 초끈이론을 바탕으로 1995년 미 프린스턴대 교수 에드워드 위튼은 우주가 11차원으로 이뤄졌고, 초끈이론의 끈은 1차원이 아니라 11차원의 막으로 말려있는 2차원이라는 가설(M이론)을 들고 나왔다. 3년 뒤엔 프린스턴대 리자 랜덜과 미 스탠퍼드대의 래먼 선드럼이 4차원의 시·공간이, 11차원으로 이뤄진 우주 중간에 형성된 얇은 막이고, 이 막에 우주 만물이 붙어 있다는 ‘막 우주론(membrane world)’을 제창하기에 이르렀다. 우주의 탄생이 고차원 공간에서 2장의 막(브레인)이 충돌하면서 이뤄졌을 것으로 보는 이 이론은 무(無)에서 불과 10의 몇십제곱 분의1초의 대폭발로 우주가 탄생했다는 빅뱅설의 허점을 대신해 줄 이론으로 각광받고 있다.

입체영상(3D) 영화 아바타가 흥행돌풍을 일으키면서 장면에 맞춰 의자가 흔들리고 꽃향기와 바람, 물보라까지 안겨주는 몇몇 아이맥스 영화관이 아예 4D 상영관으로 불리는 모양이다. 어떻게 그게 4차원이냐 싶다가도, 그냥 애교스럽다. 어차피 우리가 사는 이 시·공간조차 존 웨인이 총을 쏘던 막에 불과한 것 아닌가.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2010-02-0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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