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비평] 22일 종영하는 ‘천사의 유혹’

[TV 비평] 22일 종영하는 ‘천사의 유혹’

입력 2009-12-21 12:00
수정 2009-12-21 12:5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제 발목 잡은 뒤엉킨 ‘복수코드’

막장 드라마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던 SBS 월화드라마 ‘천사의 유혹’이 22일 종영한다. 이 드라마는 다른 방송사의 저녁 9시 메인뉴스마저 제치며 3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 화제를 낳기도 했다.

이미지 확대
‘천사의’는 최근 드라마가 즐겨쓰는 ‘복수 코드’를 주된 골격으로 삼았다. 하지만 기존의 복수와는 선을 그었다. 복수의 주체와 대상을 늘리는 식으로 ‘양적 진화’를 시도한 것이다.

드라마의 모태가 된 ‘아내의 유혹’은 주인공 민소희(장서희)가 자신을 죽이려 했던 전(前) 남편 정교빈(변우민)에 대한 일방적 복수를 기본 축으로 했다. 하지만 ‘천사의’는 쌍방향 복수다. 신우섭(한진희)에 의해 가족을 잃은 주아란(이소연)이 신우섭의 아들 신현우(한상진)와 결혼해 감행하는 복수, 이를 안 신현우가 안재성(배수빈)으로 성형수술을 한 뒤 벌이는 복수, 주아란의 내연남 남주승(김태현)이 생모인 신우섭의 부인 조경희(차화연)에 대한 복수, 여기에 아란을 짝사랑하다 자살한 정상모(이종혁)의 친누나 정상아(최지나)의 아란에 대한 복수까지…. 이 드라마에 나오는 수많은 캐릭터는 모두 복수의 끈에 얽히고설켜 있다.

하지만 다양한 복수 코드는 드라마의 또 다른 굴레가 돼 버렸다. 복수의 양에 집착한 나머지 다양한 복수 코드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감당해 내지 못했다는 평이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단지 복수 코드를 활용했다는 이유로 비난 받아선 안된다. 복수는 인간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법으로 문학에서 무척 매력적인 소재”라면서도 “모든 캐릭터의 복수는 큰 무게감을 갖고 있음에도 스토리를 빠르게 전개하려다 보니 이야기는 누락되고 개연성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뒤엉킨 복수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자극의 강도를 높이는 방법뿐이었다. 막장 드라마란 수식어는 이 지점에서 탄생됐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현대인의 삶이 치열해질수록 복수의 강도가 더 자극적으로 변모한다는 사실이다. 복수 코드를 수면 위로 부상시켰던 2003년 MBC 드라마 ‘인어아가씨’에서 지금의 ‘천사의’까지 복수에 대한 성찰은 서서히 뒤로 빠지는 양상이다. 대신 자극적인 복수신이 전면에 부각되며 드라마 고유의 문학성은 도태되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천사의 유혹 시청률이 높게 나온 것은 드라마에 대한 공감이라기보다 자극에 둔감한 현대인들이 ‘이 파국이 어디까지 치달을까.’에 대한 호기심의 결과”라면서 “영화와는 달리 언제, 누구나 볼 수 있다는 방송에서 가족 간의 복수를 과다하게 담아내는 것은 현대인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고 냉소했다. 이런 추세라면 결국 드라마는 퇴행할 것이라는 경고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09-12-21 23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남북 2국가론’ 당신의 생각은?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최근 ‘남북통일을 유보하고 2개 국가를 수용하자’는 내용의 ‘남북 2국가론’을 제안해 정치권과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반헌법적 발상이다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잘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