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의원도 최소한의 직업윤리 지켜야/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 교수

[시론] 의원도 최소한의 직업윤리 지켜야/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 교수

입력 2009-12-18 12:00
업데이트 2009-12-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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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직업윤리라도 지켰으면 좋겠다. 의원, 특히 국회의원처럼 근사하고 중요한 직업에 직업윤리가 없을 리 있겠는가. 교수, 법조인, 공무원, 언론인, 기업인, 고용근로자, 가사노동 종사자, 심지어 어린 학생에게도 직업윤리가 있는데 말이다. 의원직이 파트타임 명예직이던 시절에도 직업윤리가 있었는데, 수많은 권한을 누리고 방대한 인력의 지원과 상당한 세비를 받는 상근 전문직이 된 현대에 의원 직업윤리가 없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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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직종마다 직업윤리는 다소 다를 것이다. 그래도 공통되는 최소한의 직업윤리가 있다. 바로 직무 전념의 원칙이다. 쉬운 말로 자기 맡은 바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원이라면 입법과 예산안 심사라는 핵심 직무에 전념해야 한다. 그에 연계해서 행정부 감시, 사회이익 대변, 정책담론 형성, 여론 선도 등의 본분에도 충실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꼭 큰 성과를 내란 말이 아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의사과정상 해야 할 직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원 직업윤리의 덕목은 한 둘이 아니다. 개인 잇속을 우선시하지 마라, 의사과정상 투명성을 기해라, 정책현안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높여라, 외부 압력에도 불구하고 독립성을 지켜라, 의원 간 상호존중과 예의를 보여라, 정책 전문성을 쌓아라, 사회의 다양성을 공정하게 반영해라 등 여럿을 생각할 수 있다. 다 중요한 이 원칙들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는 각자의 관점에 달렸지만, 어떤 경우에도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은 직무 전념의 원칙이다.

이 최소한의 의원 직업윤리가 오늘날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국회가 너무 자주 극단적 대치와 공전에 빠지기 때문이다. 요즘은 세종시와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정당대립으로 인해 예산안과 각종 민생법안이 방치되고 있다. 회의를 하면서 의견을 모으지 못하면 차라리 낫다. 아예 회의 자체가 진행되지 않는다. 한쪽이 회의를 강행하려 하면 다른 쪽은 보이콧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심지어 교육과학기술위에서는 소수당 위원장에 대항해 여당 의원들이 위원회 집단사퇴를 선언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거대 이슈에 대한 집단주의적 정쟁 때문에 의원들의 직무수행 기회조차 없어지는 것이다.

국회의 생산성 저하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제출된 법안 중 불과 몇 %만 통과된다는 식의 효율성 관점의 비판은 민주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국회에 썩 어울리지 않는다.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 처리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국회예산안심의제도의 근본적 한계와 신중성이라는 가치를 고려할 때 다소 공허하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많은 성과를 빨리 내지 못한다는 것보다, 열어야 할 회의도 못 열어 의원 간 진정성 있는 대화라는 덕목은커녕 성실한 직무 전념이라는 최소한의 의원 직업윤리마저 기하지 못하는 데 있다.

일반기업에서 노사갈등이 근로자의 집단 파업으로 이어진다면 근로자 권익이 신장될 수도 있지만 최악의 경우 그 기업이 망할 수도 있다. 이때 일반소비자가 입는 해는 아주 크지 않다. 그러나 국회에서 정쟁이 국회 파행과 현안 방기(放棄)를 초래한다면 단기적으론 일부 의원이 정치적 득을 얻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모든 의원의 직업윤리가 최소한조차 지켜지지 않아 국회에 기대되는 기능이 크게 무너진다. 이래도 국회는 철폐되지 않겠지만 일반유권자가 입는 해는 심각하다. 직무유기로 국민에게 해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 여야가 한 발자국씩 양보하는 직업윤리가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 교수
2009-12-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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