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답지 않은 깊은 음색 감미로워
이 신예 바이올리니스트는 겁도 없다. 촉망 받는 젊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이 패기와 기교를 맘껏 뽐낼 수 있는 가벼운 소품을 선호하는 게 일반적임에도 이 연주자는 진중하고 엄숙한 브람스의 바이올린소나타를 택했다. 주변에서 ‘괜스레 도전했다가 혹평만 듣게 될 것’이라고 만류했을 정도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재키브의 브람스 바이올린소나타는 명료하면서도 서정적이며 명상적이다. 마치 클래식이 아닌 뉴에이지를 듣는 듯한 감미로운 음색으로 살며시 다가온다. 비브라토(악기의 소리를 떨리게 하는 기교)도 무척 섬세하고 깊어 서정성을 배가시킨다. 독일의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를 연상케 한다. 그렇다고 그 내면적 깊이가 얕지 않다. 재키브는 “브람스는 이 곡들을 불혹의 나이에 작곡했다. 젊은 시절을 추억하고 운명에 순응하는 중년의 아픔이 그대로 배어 있다. 이 아픔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만큼 고민을 많이 했다는 방증이다.
내면적 깊이에 대한 기회비용이었을까. 경솔함은 없지만 너무 조심스럽다 보니 음색에 혈색이 없다는 느낌도 든다. 보다 긴장감이 두드러지는 브람스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다소 심심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의 신중함이 도리어 결점들을 덮고 남아 크게 아쉽지는 않다.
오는 16일부터 사흘간 고국에서 리사이틀도 연다. 브람스의 바이올린소나타 3번을 비롯해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등을 연주한다. 그의 내면적 성숙함을 눈앞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3만~7만원. 1577-5266.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09-12-0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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