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협 노조설립 가결

프로야구 선수협 노조설립 가결

입력 2009-12-03 12:00
수정 2009-12-0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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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선수협 파동’이 재현될 것인가.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회)는 2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8개 구단 선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10차 정기 총회를 열어 노조 설립을 묻는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노동조합 설립안을 91%의 압도적인 지지로 가결시켰다. 선수협회가 노조 설립 절차에 들어감에 따라 2000년 이래로 이를 반대해 온 8개 구단 및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마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삼성과 LG 선수들이 집단적으로 투표에 불참한 가운데 30여분간 투표가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참석인원 273명 중 205명이 투표해 찬성 188표, 반대 17표로 노조 설립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2년 임기의 회장으로 재추대된 손민한(34·롯데) 선수협회 회장은 “지난 2년간 구단과 KBO를 상대로 대화의 창구를 두드리고, 선수들이 원하는 안건도 KBO에 전달했지만 아무런 대답을 받지 못했다.”면서 “선수들의 권익 보장을 위해서 노조 설립 말고는 답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어 “협회는 노조 전환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선수들 개개인이 어떠한 불이익도 당하지 않게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27일 노동조합 결성 추진을 선언한 선수협회는 이후 시즌 중 총회를 열어 노조 찬반투표를 할 예정이었으나 여러 구단 선수들의 반대로 시즌 후로 일정을 미뤘고 이날 결국 뜻을 관철했다. 선수협의 노조설립 추진과 관련해 KBO는 “선수협이 당장 노조를 설립하는 것은 아닌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보겠다.”면서 “선수들의 법적 지위가 개인사업자인데, 노조를 설립한다는 것은 법적·행정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노동부가 노조설립 신고를 받아줄지도 의문”이라며 “결과가 어떻든 인정할 수 없다.”고 단호한 태도를 밝혔다.

서울의 한 구단 관계자도 “각 구단이 모그룹에서 연간 200억원 가까이 지원받아 야구단을 운영해 왔다.”면서 “그룹 오너 결정에 따라 야구단 운영을 접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강한 거부의사를 나타냈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2000년 1월에도 한화의 송진우를 회장으로 선수협을 설립해 노조결성을 추진했다. 그러나 KBO와 각 구단이 이에 서명한 선수들을 자유계약선수(FA)로 방출하기로 결의하면서 ‘1차 파동’이 일어났다. 시즌이 끝난 12월에도 선수협 집행부가 재차 노조설립을 시도하자 송진우, 마해영, 양준혁, 심정수, 박충식, 최태원 등 6명의 선수를 방출해 ‘2차 파동’이 일어났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2009-12-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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