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여가수 ‘흑인 원숭이’ 노래했다가…

아랍 여가수 ‘흑인 원숭이’ 노래했다가…

입력 2009-11-19 12:00
수정 2009-11-19 12: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누비아족에 인종차별 고소 당해

아랍권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레바논 여가수 하이파 와흐비(35)가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렸다. 최근 발매한 신곡이 이집트에 사는 흑인 누비아족을 비하했다는 것이다.

이미지 확대
영국의 일간 가디언 등은 이집트누비아연합(ENA) 소속 변호사 30여명이 와흐비와 작사가 무스타파 카밀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와흐비의 신곡 ‘아빠는 어딨어’의 가사 가운데 ‘누비아 원숭이’라는 두 단어가 논란의 발단이다. 변호사들은 고소장에서 “누비아인을 심하게 모욕한 이 노래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할까봐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문제가 된 노래를 포함, 와흐비의 새 앨범을 이집트에서 판매·방송 금지하도록 가처분 신청도 냈다.미스 레바논 출신의 와흐비는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노래실력으로 인기를 한몸에 누리고 있지만 크고 작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아랍 남자를 착하고 귀엽다고 표현하는 등 도발적인 가사와 몸을 꽉 죄는 섹시한 의상은 보수적 중동 사회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2006년에는 이스라엘과 전쟁을 일으킨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공개적으로 두둔해 물의를 일으켰다.

와흐비 측은 문제가 커지자 재빨리 수습에 나섰다. 와흐비는 “노랫말을 붙인 이집트인 작사가 카밀이 ‘누비아 원숭이는 대중적인 어린이 오락게임’이라고 주장해 그 말을 믿었다.”며 정중하게 사과했다.

그러나 누비아인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압둘 모하메드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사람을 동물에 비유하는 것은 어느 문화권에서나 모욕이다. 와흐비는 누비아계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가디언은 “이번 논란이 단일국가의 정체성을 앞세우고 소수집단을 외면해 온 이집트 사회의 문제의식을 드러냈다.”고 평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09-11-19 1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5
상속세 개편안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상속되는 재산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이 75년 만에 수술대에 오른다. 피상속인(사망자)이 물려주는 총재산이 아닌 개별 상속인(배우자·자녀)이 각각 물려받는 재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유산취득세)이 추진된다. 지금은 서울의 10억원대 아파트를 물려받을 때도 상속세를 내야 하지만, 앞으로는 20억원까진 상속세가 면제될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속세 개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동의한다.
동의 못한다.
1 / 5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