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은 연기자들이 사는 거대한 세트장?

北은 연기자들이 사는 거대한 세트장?

입력 2009-11-07 12:00
수정 2009-11-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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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나라들 】토니 휠러 지음 안그라픽스 펴냄

한때 북한에는 돼지 머리를 한 괴물이 두목으로 있고, 따발총을 든 늑대들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1968년 청와대 습격 사건, 1974년 육영수 여사 암살 사건,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1983년 아웅산 테러, 1987년 KAL기 폭파 사건 등이 이어지며 이러한 이미지는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던 것 같다.

흐름은 변하게 마련. 수차례 북한을 방문해 옥살이를 했던 작가 황석영은 1993년 ‘사람이 살고 있었네’라는 책을 냈다. 우리는 최근 영국 출신 감독 다니엘 고든이 만든 다큐멘터리 ‘천리마 축구단’, ‘어떤 나라’, ‘푸른 눈의 평양 시민’ 등을 통해서는 우리네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북쪽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세계적인 여행출판사 ‘론리 플래닛’의 창시자이며 ‘배낭여행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토니 휠러의 눈에 비친 북한은 다르다. 그에게 북한은 거대한 세트장에서 연기자들이 연기하는 곳에 다름 아니다.

그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언급한 세상 끝의 나라들을 여행하고자 마음먹었고, 나름대로 정리한 ‘악의 계수’를 통해 꼽은 9개국을 돌아본 뒤 ‘나쁜 나라들’(김문주 옮김, 안그라픽스 펴냄)이라는 책을 썼다.

특별히 한국 독자들을 위해 따로 마련한 서문에서 휠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최고로 이상한 나라는 바로 북한이다. 가는 곳마다 나는 마치 영화 세트장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건물 뒤로 돌아가면 이 건물이 앞면만 지어진 가짜 건물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 같았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조차 트루먼쇼에서처럼 생방송에 출연 중인 연기자들로 보였다.”

휠러는 또 “북한 사람들은 어떤 외부인과도 소통할 수 없었으며, 심지어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자신의 동포와도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는 일반인이나 자동차를 찾아보기 힘든 공항에서, 도로에서, 평양 도심에서, 건설이 중단된 104층짜리 류경 호텔에서 이질감을 느낀다. 북한에 대한 휠러의 결론은 겉으로 보면 현실적인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가 아닌 ‘초현실적인 나라’라는 것.

“위대한 수령님이 농부들에게 농작물을 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공장에서는 생산효율을 높이기 위해 지도했고, 어부를 만났을 때에는 전문가의 경륜으로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쳤다고 말했었죠?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잖아요. 어느 누구도 모든 분야에 전문가가 될 수 없어요.” 이렇게 휠러가 말하자, 북한 안내원은 “수령님을 만나본 적도 없으면서, 어떻게 그분이 모든 분야에 정통하지 않았다고 단정하는 거죠?”라고 반박한다. 휠러는 이 대화를 북한에서 겪었던 마지막 초현실적인 경험으로 털어놓는다.

휠러가 ‘악의 계수’로 꼽아본 나라의 순위는 어떨까. 개인 숭배, 외부로의 위협성, 테러리즘, 자국민에 대한 처우 등이 각 3점 만점의 계산 요소. 북한은 자국민에 대한 처우가 3점, 테러리즘 2점, 나머지는 각 1점 등 모두 7점으로 1위에 올랐다. 그 뒤를 이라크(6점), 이란(5점), 리비아·아프가니스탄(이상 4.5점), 사우디아라비아(4점), 알바니아(3점), 미얀마(2.5점), 쿠바(1.5점)가 잇고 있다. 1만 50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09-11-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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