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한가위와 생활밀착형 보도/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

[옴부즈맨 칼럼]한가위와 생활밀착형 보도/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

입력 2009-09-29 12:00
업데이트 2009-09-29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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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맞이하게 된다. 연휴 기간이 짧고 신종플루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귀성객들의 마음이 예년처럼 넉넉하지 못한 것 같다. 이처럼 각박해진 마음을 언론을 통해서 위안을 받는 추석이 되었으면 한다. 하지만 지난 한 주 동안 한가위의 풍성함과는 동떨어진 굵직한 사건들이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정운찬 총리후보자의 날선 국회청문회 중계로부터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소식, ‘신종’ 병역비리, 그리고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이르기까지 반목과 애증이 가득한 뉴스를 접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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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
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
언론학자인 레오 보가트가 지적했듯이 뉴스는 사회의 리듬을 타야 하고 가능하면 그 흐름을 크게 이끌어 나가야 한다. 국민들은 명절 준비에 마음이 바쁜데 언론에서는 매일같이 정쟁 보도만 하고 있으면 이 또한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경우가 아닐 수 없다. 이 시점 우리에게 필요한 뉴스는 한가위에 걸맞은 생활밀착형 보도다. 이 같은 차원에서 지난 21일자 6면에 실린 ‘정책진단’ 섹션을 통해서 앞으로 있을 남북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한 것이 돋보인다. 이산가족 보도에서 매번 반복되는 감성적 프레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거시적·정책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점은 매우 바람직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중국과 타이완 사례를 통해서 양국이 긴장관계일 때도 이산가족 상봉은 중단되지 않았고, “정치와 인도주의의 확실한 분리 실행”이 절실하다는 메시지를 정부와 국민들에게 한발 앞서 제시해 주었다. 이산가족 상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국제사회와 우리의 일치된, 인도주의적 차원의 여론이 필요한 시점에서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시의적절한 보도였다고 생각한다.

굵직한 뉴스가 많았지만, 정작 국민들이 직접 느낄 수 있는 체감형 보도는 통신분야에 관한 보도일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서울신문은 통신에 관한 내용을 거의 매일 보도하고 있다. 21일자 8면에 실린 사회 머리기사로 ‘눌렀다 하면 돈먹는 1588’을 비롯해 같은 날 경제면의 ‘통신사 정산싸움 끝이 없네’와 22일자 15면의 아이폰 출시 예고기사, 23일자 통신비 11월 말 7∼8% 인하관련 예고기사, 24일자 아이폰 출시 기사와 26일자 과학면의 ‘아이폰시대 물만난 포털’, 그리고 28일자 내년 휴대전화료 인하된다는 기사 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통신관련 기사는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이니만큼 정부나 기관 발표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 관점에서 보도할 필요가 있다. 포털과 아이폰의 관계를 언급한 26일자 과학기사와 같이 앞으로 출시될 아이폰에 대해 소비자 시각에서 활용과 한계에 관해서 심층적으로 언급한 것은 좋은 사례다. 통신분야의 전문가와 사회적 활용성이 융합된 생활밀착형 기사를 기대해 본다.

23일자 ‘뉴스다큐 시선’에서는 병상침대서 바라본 루게릭병 환자를 다뤘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기도 힘든데 2명의 환자를 한 지면에 소화하다 보니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지면에 충분히 녹여내지 못한 것 같다. 침대 입장에서 환자를 바라보는 글을 쓰고 있는데 서사적 요소가 충분히 담겨있지 못해 아쉬웠다. 함께 제공된 영상은 루게릭 환자의 처절한 외부와의 ‘소통’이 담겨있지 못하고 누워있는 환자와 간병인의 단순관계에 그치고 말았다. 독자들이 글과 영상을 통해서 깊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다큐를 기대해 본다. 23일은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에 대한 특별법이 시행된 지 만 5년째 되는 날이었다. 이 시점에 성매매가 과연 불법이냐 노동이냐에 대한 논쟁을 심층적으로 다루면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가위 두둥실 뜬 보름달같이 우리의 마음도 기사를 읽고 밝아졌으면 한다. 밖에서 예상되는 어두운 뉴스가 아니라 서울신문 지면에서만 볼 수 있는 마음이 훈훈해질 수 있는 따뜻한 뉴스가 그리운 때다.

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
2009-09-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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