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 개봉하는 영화 ‘9(나인)’은 ‘토이 스토리’와 ‘슈렉’의 뒤를 이어 애니메이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개봉일까지 영화 제목에 맞춘 ‘나인’은 ‘가위손’과 ‘크리스마스 악몽’ 등으로 낯익은 팀 버튼과 액션영화 ‘원티드’의 감독 티무르 베크맘베토프가 제작에 나란히 참여,’이종교배종’ 탄생을 예감케 한다.
신종플루가 들끓는 지구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지구 종말의 위기감을 일상의 공기 속에서 들이마시며 산다. 연일 지구 위의 어느 곳인가를 강타하는 자연재해, 인간의 탐욕 탓에 끝없이 벌어지는 전쟁 등은 지구의 영원한 평화를 꿈꾸기 어렵게 한다.
셰인 액커의 단편 ‘나인’(2006년)
장편 ‘나인’예고편(2009년)
‘나인’은 인간과 기계와의 전쟁 때문에 멸망한 지구가 배경이다. 인간이 만든 기계의 반란으로 인한 문명의 종말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낯익은 소재지만 살아남은 존재가 특이하다.
각종 폐기물과 잡동사니로 만들어진 자그마한 봉제인형이 마지막으로 지구에서 버티고 있는 존재들이다. 인간을 닮은 이 봉제인형은 이름도 없이 숫자만으로 존재하지만 1~9까지 캐릭터의 특징은 또렷하다.
오만한 리더 1, 4차원 발명가 2, 쌍둥이 학자인 3과 4, 열혈 기술자 5, 별난 예술가 6, 풍운의 여전사 7, 행동대장 8 그리고 지구를 구할 운명을 타고난 9까지. 지구 위의 유일한 생명체 사이에서도 갈등과 다툼, 배신은 여전하다.
인간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던 기계가 9의 실수로 다시 부활하고 평화를 되찾기 위해 봉제인형은 거대한 기계군단과 싸움을 벌인다. 인형들과 기계군단의 싸움은 실제 액션영화에 버금가는 긴박한 호흡으로 관객들을 흥분 속에 몰아넣는다.
제작진은 컴퓨터로 만드는 애니메이션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실제 액션영화에서 쓰는 카메라 붐과 이동차를 본뜬 특수 카메라 장비로 액션 장면을 촬영했다. ‘원티드’에서 기존 액션미학을 한 차원 뛰어넘는 화면을 선보였던 러시아 출신 티무르 베크맘베토프가 제작자로서 불어넣은 숨결이 녹아든 장면장면은 애니메이션으로는 드문 긴박감을 안겨준다.
컴퓨터로 무엇이든 가능할 것 같은 애니메이션이지만 인간 자체에 대한 표현은 항상 애니메이터들에게는 난제이자 도전이었다.
’나인’ 역시 도입부에서는 손의 주름과 지문, 모공, 털까지 생생하게 묘사한 장면으로 기존의 인간 표현을 뛰어넘는 캐릭터가 나타날 것인가 하는 기대를 안겨줬다. 하지만 후반부에 등장하는 인간 캐릭터는 그간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인간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애니메이션에서 인간에 대한 표현이 극사실만을 추구한다면 실사 영화와 다를 바가 없다. 인간에 대한 표현에서 창의적인 묘사가 없다는 점이 안타깝지만 봉제인형이란 새로운 캐릭터가 환상적으로 훌륭한 데다 어차피 ‘나인’의 주인공이 사람도 아니다.
팀 버튼의 영화로 알려졌지만 감독은 쉐인 액커란 신예다. 단 한 편의 장편영화도 연출한 경험이 없으며 2006년 11분짜리 단편 ‘나인’으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경력이 전부다. 하지만 팀 버튼은 자신의 감수성과 통하는 신예의 상상력을 알아봤고 결국 애니메이션 역사를 새로 쓸 만한 걸출한 데뷔작을 탄생시키는 데 든든한 ‘뒷배’가 됐다.
인터넷서울신문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개봉일까지 영화 제목에 맞춘 ‘나인’은 ‘가위손’과 ‘크리스마스 악몽’ 등으로 낯익은 팀 버튼과 액션영화 ‘원티드’의 감독 티무르 베크맘베토프가 제작에 나란히 참여,’이종교배종’ 탄생을 예감케 한다.
신종플루가 들끓는 지구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지구 종말의 위기감을 일상의 공기 속에서 들이마시며 산다. 연일 지구 위의 어느 곳인가를 강타하는 자연재해, 인간의 탐욕 탓에 끝없이 벌어지는 전쟁 등은 지구의 영원한 평화를 꿈꾸기 어렵게 한다.
셰인 액커의 단편 ‘나인’(2006년)
장편 ‘나인’예고편(2009년)
‘나인’은 인간과 기계와의 전쟁 때문에 멸망한 지구가 배경이다. 인간이 만든 기계의 반란으로 인한 문명의 종말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낯익은 소재지만 살아남은 존재가 특이하다.
각종 폐기물과 잡동사니로 만들어진 자그마한 봉제인형이 마지막으로 지구에서 버티고 있는 존재들이다. 인간을 닮은 이 봉제인형은 이름도 없이 숫자만으로 존재하지만 1~9까지 캐릭터의 특징은 또렷하다.
오만한 리더 1, 4차원 발명가 2, 쌍둥이 학자인 3과 4, 열혈 기술자 5, 별난 예술가 6, 풍운의 여전사 7, 행동대장 8 그리고 지구를 구할 운명을 타고난 9까지. 지구 위의 유일한 생명체 사이에서도 갈등과 다툼, 배신은 여전하다.
제작진은 컴퓨터로 만드는 애니메이션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실제 액션영화에서 쓰는 카메라 붐과 이동차를 본뜬 특수 카메라 장비로 액션 장면을 촬영했다. ‘원티드’에서 기존 액션미학을 한 차원 뛰어넘는 화면을 선보였던 러시아 출신 티무르 베크맘베토프가 제작자로서 불어넣은 숨결이 녹아든 장면장면은 애니메이션으로는 드문 긴박감을 안겨준다.
’나인’ 역시 도입부에서는 손의 주름과 지문, 모공, 털까지 생생하게 묘사한 장면으로 기존의 인간 표현을 뛰어넘는 캐릭터가 나타날 것인가 하는 기대를 안겨줬다. 하지만 후반부에 등장하는 인간 캐릭터는 그간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인간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애니메이션에서 인간에 대한 표현이 극사실만을 추구한다면 실사 영화와 다를 바가 없다. 인간에 대한 표현에서 창의적인 묘사가 없다는 점이 안타깝지만 봉제인형이란 새로운 캐릭터가 환상적으로 훌륭한 데다 어차피 ‘나인’의 주인공이 사람도 아니다.
팀 버튼의 영화로 알려졌지만 감독은 쉐인 액커란 신예다. 단 한 편의 장편영화도 연출한 경험이 없으며 2006년 11분짜리 단편 ‘나인’으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경력이 전부다. 하지만 팀 버튼은 자신의 감수성과 통하는 신예의 상상력을 알아봤고 결국 애니메이션 역사를 새로 쓸 만한 걸출한 데뷔작을 탄생시키는 데 든든한 ‘뒷배’가 됐다.
인터넷서울신문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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