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조문단 주말 행보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을 위해 방한했던 김기남 노동당 비서를 비롯한 북한 조문단은 당초 예정보다 22시간 늦은 23일 낮 12시10분 북한 고려항공 특별기 편으로 김포공항을 떠났다. 북측이 원했던 이명박 대통령 예방이 23일 오전 이뤄졌기 때문이다.이명박(오른쪽)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조문하기 위해 방한한 북한 조문단장 김기남 노동당 비서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 제공
이날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숙소인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임동원·정세현·정동영·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 조찬을 했다. 임 전 장관 등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 장관을 지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도 조찬에 참석했다. 이명박 정부 쪽 인사로는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가 조찬을 함께했다.
북측 대표들은 남북교류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왔다. 김양건 통전부장은 “(남북간) 직접 교역을 하면 상호이익이 되지 않겠는가.”라면서 “당국 대화도 하고 경제·사회·문화교류도 하고 의원교류도 하자. 북한에 자원이 많은데 이것이 중국을 거쳐 나간다.”고 말했다. 남북교류를 하자는 뜻이다.
김덕룡 특보는 “이명박 대통령도 기업인 출신이고 개성공단을 세계적인 일류 공업단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데 생각이 같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비서는 지난 21일 “다 만나겠다. 만나서 얘기하자.”고 남북 당국자간 회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김 비서는 오전 9시15분부터 약 30분간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비공개 면담을 갖고 남북관계 개선 방안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김 부장은 오전 10시20분부터 1시간20여분간 면담을 했다. 김 부장은 현 장관에게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이번 정권 들어 첫 당국간 고위급 대화임을 생각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를 피력하기도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 조문단이 남북대화 및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온 것과 관련, “지난 4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방북, ‘북·미 대화 및 관계개선을 위해선 남북관계 개선 및 대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략적으로 김 전 대통령 조문정국을 활용해 큰 틀에서 관계개선 의지가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김 비서, 김 부장, 원동연 실장 등 북측 조문단 4명은 홍양호 통일부 차관, 김남식 통일부 교류협력국장과 오찬을 가졌다.
현 장관은 김 비서 등과 만찬을 했고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 면담이 확정됐다. 북측 조문단의 69시간 서울 체류가 남북관계에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2009-08-2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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