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동굴에서 땡전 한 푼 안 쓰고…

10년째 동굴에서 땡전 한 푼 안 쓰고…

입력 2009-07-23 00:00
수정 2009-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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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도 나오고 한때 병원에서 연구원으로도 일했던 미국의 48세 남성이 땡전 한푼 쓰지 않고 10년 동안 동굴에서 기거하고 있다.

 믿기지 않는 이 얘기의 주인공은 자신의 이름을 수엘로라고만 밝혔다고 인터넷 매체 ‘멘.스타일 닷컴’의 크리스토퍼 케첨이 전했다.케첨은 유타주 모아브 근처의 한 계곡을 찾아 절벽 꼭대기에 자리잡은 동굴에서 10년째 살고 있다는 이 남자를 만났다.모아브는 국내에도 제법 알려진 브라이스 케니언 근처다.

 케첨은 그와 처음 만났던 순간을 이렇게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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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이 내리자 별들이 윙크한다.그리고 한 시간 뒤 수엘로가 까마귀 우짖는 소리를 내면서 절벽을 기어올라왔다.’

 

 사진에서 보는 대로 그가 완전 원시인처럼 살지는 않고 있다.랜턴이나 프라이팬 같은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고 있다.그렇다고 어디 슈퍼마켓에 가서 장을 보거나 하지는 않는단다.케첨과 만난 첫날 저녁 식사로는 메뚜기 튀김이 나왔다.전날 동굴 입구에 커다란 돌을 포개 쌓느라 그의 손은 먼지로 온통 시커맸고 머리는 새둥지를 연상케 할 만큼 엉클어져 있었다.

 그는 콜로라도 대학에서 인류학을 공부한 뒤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병원 여러 곳에서 보조연구원으로 일했고 은행 계좌도 갖고 있었다.그러다 1987년 평화봉사단에 들어가 안데스 산맥 에콰도르의 한 부족 마을로 파견됐다.그곳에서 부족민들에게 문명의 이로움을 가르치고 소개했는데 그들이 밀가루나 설탕가루,국수 다발이나 인공감미료 MSG,TV 등에 익숙해질수록 건강을 해친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또 “돈이 그들을 가난하게 만드는 것 같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모아브로 돌아온 그는 여성 쉼터에서 5년이나 일했다.

그리고 1999년에 태국을 거쳐 인도로 들어가면서 탁발승, 고행자(苦行者)를 뜻하는 사두들과 함께 지냈고 이때 무소유와 고행을 통해 삶의 지혜를 깨치는 생활방식을 미국 대륙에 퍼뜨리겠다는 결심을 하고 모아브에 돌아왔다.

 동굴이 절벽 꼭대기에 있으니 동물들 습격을 걱정할 이유는 없다.지금까지 최악의 경험은 스컹크가 자신의 얼굴에 실례를 한 것이라고 했다.산사자가 계곡물을 마시는 장면이나 들고양이가 토끼들을 사냥하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생쥐가 몸 위를 타는 건 예삿일이고 잠자는 동안 자신의 피를 빨아먹은 벌레들과 입맞춤한 적도 있다고 했다.

믿기지 않지만 굶은 날은 한 번도 없었단다.모아브의 친구가 가끔 찾아와 음식을 주고 간다.한 번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선인장을 잘못 먹었다가 심하게 앓았다.죽는구나 싶어 누군가 자신의 시신을 발견하는 이에게 발견되길 바라며 메모를 적어놓기도 했다.

 근처에 더 큰 동굴이 있는데 그는 몇년 동안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이곳을 찾은 노인과 이웃으로 지냈다.당시 그 노인은 꽤 돈을 갖고 있어서 맥주를 사와 함께 마시기도 했다.그 노인은 동굴 아래 계곡에 금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꽤나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수엘로는 그런 생각을 해보지도 않았다고 했다.”금이란 퍽이나 아니,진짜로 하등의 쓸모가 없지요.”

 이런 말도 했다.”난 생명체들이 지난 수백만년 동안 해온 일들을 할 겁니다.내가 이 계곡에서 숨진다 해서 슬퍼해야 할 이유가 뭘까요? 자연 선택의 권능을 굳게 믿고 있어요.그리고 어느 날 내가 선택돼 나갈(죽을) 수도 있는 겁니다.”

 그때까지는 자신을 까마귀로 여기며 살 거라고 했다.’우리 모두가 남긴 시체들을 정화하는 일을 하면서’라고 케첨은 전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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