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인심 각박 걸핏하면 “법대로”

불황에 인심 각박 걸핏하면 “법대로”

입력 2009-07-07 00:00
수정 2009-07-07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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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민원실. 자영업자 송모(55·여)씨는 착잡한 표정으로 소액사건 소장의 빈 칸을 메우고 있었다. 옆가게 김모(58·여)씨가 급전 300만원을 빌려간 뒤 원금은 물론 3개월째 이자도 주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송씨는 작성한 소장을 들고 잠시 고민하다 끝내 소장을 냈다. 송씨는 “20년 넘게 친하게 지내면서 급할 때 서로 돈을 융통해주고 (상환이) 조금 늦어도 기다려주는 사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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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끼리 분쟁’ 많아져

하지만 “요즘 너무 어려워져 소송까지 생각하게 됐는데, 소송을 한다고 하면 김씨가 이자라도 주지 않겠냐.”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경제위기가 사람들의 마음마저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 형편이 쪼들려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적은 돈이라도 받지 못한 사람들은 기다려 주지 않고 법원, 검찰 등 사법기관을 찾고 있다.

채권자는 빚을 갚지 못하는 채무자를 “돈 갚을 능력도 의사도 없이 돈을 빌렸다.”며 사기 혐의로 경찰과 검찰에 고소했다. 2006년 42만 7573건이던 고소 건수는 2007년 40만 1725건으로 줄었으나 지난해 44만 962건으로 다시 4만건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2007년 3만 1469건이던 사기 혐의에 대한 형사공판 법원접수 건수도 3만 4029건으로 8% 이상 증가했다.

2000만원이 넘지 않는 비교적 소액의 돈을 받아내기 위해 송씨처럼 법원을 찾은 사람도 늘어났다. 2006년 96만 7588건에서 2007년 90만 1488건으로 줄었던 소액사건 법원접수 건수는 지난해 4만 3000건 이상 증가해 94만 47 12건을 기록했다. 소송으로 법원에서 돈 받을 권리가 있음을 확인 받았지만 채권자는 안심할 수 없었다. 채권 실행을 위한 강제집행 접수는 2007년 29만 3920건에서 지난해 39만 7648건으로 급증했다.

●경제 어려워 개인간 신용 흔들려

서민 경제의 어려움은 신용위기로 나타났다.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함께 지난 가을부터 몰아친 금융위기로 ‘제2의 카드대란’의 조짐도 보였다. 2002년 카드대란 당시 1만 5153건이던 신용카드 이용대금 청구소송은 2007년 1863건까지 점차 감소했으나 지난해 3216건이 접수돼 증가세로 돌아섰다. 형편이 어렵다 보니 가정도 편안치 못했다. 2006년에서 2007년 사이 11만 5078건에서 12만 4052건으로 9000건 증가하는 데 그쳤던 가사사건도 지난해 14만 3819건을 기록, 2만건 가까이 늘었다.

법원 관계자는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 사인간 거래의 바탕인 신용이 흔들려 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에 따라 사법기관도 바빠지고 사회적 비용도 많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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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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