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하반기 서민대책 발표
이명박 정부가 최근 ‘중도 실용’ 노선을 강조하면서 새삼스레 ‘서민’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30일 서민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무상교육 확대 등 대부분의 대책이 이미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통해 발표한 내용의 재탕 삼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소액 서민금융(마이크로 크레디트) 확대 등 그나마 새로운 사업들 역시 실효성 면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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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경기 과천정부청사에서 ‘하반기에 달라지는 서민생활’과 관련해 주요 서민대책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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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날 발표한 ‘하반기에 달라지는 서민생활-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라는 제목의 종합 대책은 ▲서민금융 ▲보육·교육 ▲의료 복지 ▲서민주거 ▲영세상인 ▲여성 6개 분야 26개 세부 방안으로 이뤄져 있다. 전체 지원규모는 정부 예산 기준으로 2조 946억원이다.


●1년여 전 묵은 대책도 끼워넣기
26개 세부대책 가운데 8개를 제외한 18개는 이미 발표됐거나 공개된 사업이다. 특히 보육·교육과 의료 복지, 여성 3개 분야 13개 세부대책은 전부 ‘재탕’이다.
보육 전자바우처 제도는 지난해 3월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때 발표한 내용이다. 무려 1년3개월이나 묵은 대책을 다시 들고 나온 셈이다. 긴급복지대상 확대는 지난 3월 추경안,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보증비율 확대는 4월 비상경제대책의 주요 내용이다. 저소득층 노후주택의 옥내 급수관 개량에 20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는 지난해 대책을 수립해 올 상반기에 지원대상 1144가구가 이미 선정된 상태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공사가 시작된 곳도 있다.
●마이크로 크레디트 실효성 의문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 확대는 올 하반기 동안 소액서민금융재단, 자활센터, 각종 사회단체 등으로 흩어진 마이크로 크레디트 추진기구를 최대 300개의 전국적인 네트워크망으로 연결한다는 정책이다.
하지만 네트워크화에 따른 혜택은 서민들이 가까운 기관을 찾아 이용할 수 있다는 점 정도다. 기관끼리의 상이한 대출 방식에 대한 조정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용 위험에 빠진 원인을 제거하고 해결 대안을 제공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지원만 해 주는 것은 자칫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관련 단체의 한 관계자는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역할 중 돈을 빌려주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최근 관련 예산이 급증하면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추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을 전제로 신협, 농협, 국민은행 등이 저신용 근로자에게 개인당 500만원, 총 5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도 금융기관의 특성상 ‘생계대책 제공’보다 신용한계자 지원 회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여기에 정부는 대형 유통기업과 중소유통점의 상생협력을 위해 시·도별 사전조정협의회 등을 만들기로 했지만 지금의 불균형 상태를 시정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한 관계 부처 공무원은 “지난주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발표하기 직전에 ‘서민생활대책을 따로 모아 공개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털어놓았다. 급하게 방안을 모으다 보니 ‘질(質)’을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는 고백이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정책실장은 “정부가 정국 전환을 위해 기존 대책을 재포장한 종합선물세트를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년간 보험료 절반 경감
그나마 눈에 띄는 내용은 한 달 지역보험료가 1만원 이하인 저소득층 50만가구에 대해 1년간 보험료 절반을 경감해 주는 방안이다. 암 환자의 본인부담률도 10%에서 5%로 낮춰 준다. 보육 분야에서는 영유아 보육·교육비 전액 지원 대상이 기존 35만명에서 62만명으로 늘어난다.
3자녀 가구 주택우선 공급물량도 3%에서 10%로 늘어난다.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대해서는 국민임대주택 임대료를 16% 인하한다.
이두걸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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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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