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피랍 한국인 피살] “위험하단 말 한마디 안한 속깊은 아이였는데…”

[예멘 피랍 한국인 피살] “위험하단 말 한마디 안한 속깊은 아이였는데…”

입력 2009-06-17 00:00
수정 2009-06-17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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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뒤면 귀국한다고 그렇게 좋아했는데…” 예멘의 사다에서 납치된 한국인 엄영선씨의 피살소식을 전해들은 가족들은 16일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고인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8월에 귀국했다가 올해 말쯤 다시 터키로 가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었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가족들의 애통함은 더했다.

수원시 세류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두문불출하던 엄씨의 아버지(63)는 맏딸이 테러범에 의해 잔인하게 피살됐다는 비보를 접하고 이날 오전 10시30분쯤 둘째딸 미선(31)씨와 함께 집을 나섰다. 엄씨의 아버지는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을 어젯밤 정부로부터 전해 들었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지난해 8월 예멘으로 떠난 뒤 종종 연락이 왔지만 위험하다거나 힘들다는 이야기는 꺼내지 않을 정도로 속 깊은 아이였다.”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엄씨는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도 아무 소용없는 것 아니냐.”며 입술만 깨물었다.

그러더니 미선씨의 손을 꼭 붙잡은 채 수원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 도렴동에 있는 외교통상부 청사로 향했다. 이역만리 외국 땅에서 참혹하게 죽은 딸을 보기 위해 긴급여권을 발급받으러 가는 길이었다. 엄씨는 이날 저녁 국적기를 타고 미선씨와 함께 출국했다.

이날 오전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엄씨의 아파트를 찾은 세류2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고인의 아버지는 몇년 전 아내와 사별한 뒤 두 딸을 의지하며 살아왔다.”면서 “조용한 성품에 인상이 좋았는데 이런 일을 당해 안타깝다.”며 슬퍼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09-06-1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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