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개혁 2020 수정안 허실

국방개혁 2020 수정안 허실

입력 2009-06-01 00:00
업데이트 2009-06-01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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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군 강화·첨단화 연기… 뒤집힌 우선순위

우리 군은 어떤 군대가 되어야 할까. 육·해·공군의 미래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미래의 청사진이 ‘국방개혁 기본계획’(국방개혁 2020)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재정 여건’과 ‘효율성’을 고려해 변화를 가미한 ‘국방개혁 2020’ 수정안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국방개혁이라는 목표와 군의 몸집 불리기가 적당하게 타협해 당초 개혁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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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5년 ‘국방개혁 2020’이 수립됐으나 이명박 정부는 재원과 효율성 등을 이유로 원안을 수정하고 있다. 군이 K-9 자주포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K-9 자주포는 기동성과 사거리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5년 ‘국방개혁 2020’이 수립됐으나 이명박 정부는 재원과 효율성 등을 이유로 원안을 수정하고 있다. 군이 K-9 자주포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K-9 자주포는 기동성과 사거리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지난 2005년 참여정부 때 수립된 원안은 재래식 병력 위주의 구조를 첨단 전력화해 ‘작지만 강한 군대’로 재조형하는 것이다. 국방개혁 원안은 2020년까지 현재 68만여명의 병력을 50만명으로 줄이는 등 군 구조개편인 ‘감군 계획’이 주요내용이다. 몸집을 줄이는 대신 621조원의 재원을 투입, 육·해·공군 전력을 첨단화해 현대전에 걸맞은 기동성과 정밀 타격 능력을 높이자는 게 목표이다.

참여정부가 계획했던 621조원의 재원은 수정안에서 599조원으로 삭감됐다. 당초 목표했던 지상군 병력(예비군 포함)의 삭감 규모가 줄고 군 구조개편도 전력화 이후로 연기되는 양상이다. 특히 2012년 전시작전권(전작권) 전환 후 요구되는 정보수집 및 정밀 타격 능력 등 ‘기반 전력’을 미군에 의존하는 안이한 인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정안에서 전력 증강의 우선순위가 뒤바뀌고 ‘개혁의 압축성 및 속도’가 완화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수정안에 따르면 당초 38만 8000여명(장교 포함)으로 감축하려던 육군 병력은 40만 5000여명으로 유지된다. 구조개편의 핵심인 육군 1·3군을 통합한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의 설립 시기도 3년이 늦은 2015년으로 연기됐다.

군단 작전 능력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12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차기 다연장로켓 개발과 9조원이 소요되는 차기 자주포 사업 등 증강 계획은 예정대로 추진키로 했다.

해·공군의 첨단 전력 사업은 줄줄이 순연됐다. 3000t급 차기잠수함 건조 계획이 연기됐고 차기호위함(FFX)과 해군항공대 창설은 재검토되거나 백지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정보자산의 핵심 전력인 글로벌호크급 고고도 무인정찰기(UAV)와 주력기 KF-16의 작전 반경을 확대할 수 있는 공중급유기 도입은 모두 2014년 이후로 연기됐다.

수정안은 핵·미사일·생화학 무기 등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대한 전력 증강이 아니라 거꾸로 지상전에 편중한 군단과 사단의 작전 능력 증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군의 한 원로는 31일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는데 공격헬기를 사고 지상군 전력을 증강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가 핵을 보유할 수 없는 걸 전제할 때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무력화시키는 전력 확보가 우선인데 수정안이 거꾸로 가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국방부는 북한 지상군 103만명의 전력을 감안하고 후방 침투를 겨냥한 특수작전부대와 경보병 전력으로 재편되고 있어 더 이상 병력 감축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군의 정보자산과 공군력을 최대한 활용하면 핵심 전력에 대한 중복 투자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당초보다 삭감된 22조원의 74%인 17조 8000억원이 지상군 분야인데 마치 수정안은 육군에 편중된 것처럼 잘못 비춰지고 있다.”며 “병력과 부대 수가 대폭 감축되는 만큼 적정 수준의 보완전력이 확보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수정안에서는 현재 300만명의 예비군을 절반으로 줄이는 원안을 조정해 185만명을 유지키로 했다.

한나라당 국방위원회 관계자는 “전작권 전환과 한·미 동맹전력 강화라는 상충되는 밑그림을 그리는 상황에서 미군 의존 전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재정이 어려운데 예산이 삭감돼 첨단 무기를 나중에 사겠다는 건 이해되지만 이를 빌미로 군의 구조조정을 우회하려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국방개혁은 인건비 등 경상비 소요가 많은 병력을 감축해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개선해 여유분을 전력 투자로 돌리자는 방안이다.

참여정부 원안은 첫 5년 동안의 국방예산을 매년 9.8%로 증액하고 2020년까지 평균 8%를 증액하는 계산으로 621조원을 책정했다. 수정안은 연간 국방예산을 7.6%로 조정했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국가재정운영계획상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6.9%로 책정하는데 국방예산을 매년 7.6%씩 늘려 599조원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2009-06-0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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