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다 온 듯하다. 며칠 뒤면 전직 대통령 구속 3탄이 나오거나 말거나 한다. 검찰은 노무현을 구치소에 넣을까. 그럼 어찌 될까. ‘노무현’은 죽을까.
누군가가 부관참시일랑 말라고 했다. 구겨질 대로 구겨졌는데 뭘 더 어쩌자는 거냐고. 사실 “더 이상 진보와 정의를 말할 자격을 잃었다.”는 그의 말은 모든 걸 잃었다는 말로도 들리고, 모든 걸 놓겠다는 말로도 들린다. 바닥에 털퍼덕 주저앉는 모습이 어른대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피의자의 방어권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건지 몰라도 2002년부터 7년을 이어온 드라마의 대단원 앞에서 주인공 노무현의 대사는 단 두 개, ‘모른다’와 ‘아니다’로 줄어버렸다. 나라를 들었다 놓았던 화려한 언변은 사라졌다. 아들 사업과 딸의 뉴욕 아파트 구입에 흘러간 돈을 아내가 몰래 빚 갚는 데 쓴 통에 몰랐다고 했다. 회갑선물로 받은 1억원짜리 시계 한 쌍은 어딘가에 버렸다는 얘기를 뒤에 들었다고 했다. 정의를 말할 자격은 잃었고, 진실을 말할 책무는 버렸다.
송호근 교수는 말했다. “민주시대 대통령의 명예는 유권자들의 것이기에 우리가 지켜줘야 한다.” 민주시대 유권자의 명예는 대통령의 것이기에 그가 지켜줬어야 했을 것을, 아무튼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 명예로운 유권자의 절반도 지금 노무현 구속에 따른 국격(國格)의 추락을 걱정하고 있다. 고뇌하는 표정의 임채진 검찰총장 뒤에서 진짜 고민하고 있을 이명박 대통령도 여론을 듣고 있을 것이다.
그가 구치소로 가든, 봉하마을에 계속 머물든 관계없다. 질문은 유효하다. 노무현은 죽을까.
2003 년 대선자금 수사 때 노무현 대통령이 던진 ‘10분의1’ 발언은 오늘 어느 친노 교수의 ‘생계형 범죄’ 발언, 그리고 전직 노사모 회장의 ‘먼지’ 발언으로 버전 업됐다. ‘너보다는 덜 더럽다.’는 말이고 ‘넌 얼마나 깨끗한지 보자.’는 말이다. ‘나보다 더러우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로도 들린다. 두 손에 돌을 움켜쥔 채 ‘죄 없는 자는 돌을 던지라.’는 예수의 말이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듯하다. 승복은 없다.
시인 서정주를 만든 건 8할이 바람이었다지만 노 대통령과 친노세력을 만든 건 8할이 적의(敵意)다. 가진 자에 대한, 부패에 대한, 기득권에 대한 적의. 이리 파고 저리 쑤셔 10분의1도 안 되는 생계형 범죄의 먼지 한 줌까지 털어내고야 마는 ‘차떼기당’ 그 가진 자들의 패악질을 보면서 이 적의는 핵융합처럼 뜨거운 분노의 열기로 응축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따라나선 작가 황석영을 진보진영이 패대기쳐대는 것도 그들 눈엔 이념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적진으로의 월경(越境)이자 배신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드라마는 그래서 끝이 아니다. 속편, 시즌2의 시작일 뿐이다. 노무현도 죽지 않는다. 대법원까지 이어질 노무현 재판은 진실 찾기가 아니라 향후 정치지형을 건 싸움이 될 것이다. 법정에는 노무현이 서겠지만, 법정 밖 재판에는 이명박이 선다. 그 언젠가를 위해 피의자 방어권은 노무현이 체면 불구 부둥켜안아야 할 재활의 디딤돌이다. 노무현은 이제 기준이다. 국가 위상을 생각해 그를 불구속하고, 국민 화합을 내세워 사면한다고 해서 그것이 이명박 정부의 안위를 지켜 줄 보험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구속하든 말든 훗날 노무현의 ‘10분의1’조차 자신 없다면 시즌3, 이명박 드라마를 각오해야 한다.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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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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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근 교수는 말했다. “민주시대 대통령의 명예는 유권자들의 것이기에 우리가 지켜줘야 한다.” 민주시대 유권자의 명예는 대통령의 것이기에 그가 지켜줬어야 했을 것을, 아무튼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 명예로운 유권자의 절반도 지금 노무현 구속에 따른 국격(國格)의 추락을 걱정하고 있다. 고뇌하는 표정의 임채진 검찰총장 뒤에서 진짜 고민하고 있을 이명박 대통령도 여론을 듣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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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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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1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