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아침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날아든 사진 한 장은 한·중·일 3국 경제외교의 단면을 오롯이 보여준다. 아시아 역내 국가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지원할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공동기금 1200억달러 배분 규모에 어렵게 합의한 3국 재무장관의 표정은 ‘맑음’ ‘쾌청’ ‘흐림’으로 갈렸다. 중국 재정부장 셰쉬런은 미소를 지었고, 한국의 기획재정부 장관 윤증현은 활짝 웃었다. 반면 일본 경제재정상 요사노 가오루의 표정은 어두웠다. 아세안 10개국 20%를 빼고 중국과 일본이 32%를, 한국이 나머지 16%를 분담하기로 한 회담 결과가 한·중·일 세 나라의 표정을 갈랐다.
저마다 돈을 더 내 아시아 경제의 맹주가 되겠다는 회담이었다. 2조달러를 거머쥔 중국은 외환보유액을, 일본은 자신들이 조금 앞선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하자고 맞섰다. 지난달 30일 양국 정상이 똑같이 내기로 합의한 뒤로는 이들 빅2가 한국의 분담비를 낮추려 공동전선을 폈다. GDP로는 일본의 5분의1, 외환보유액으로는 중국의 9분의1에 불과하니 분담액도 그에 상응해야 한다며 한국을 짓눌렀다. 3일 재무장관회담에서 윤 장관이 “정 그렇다면 회담을 깨자.”며 버틴 끝에야 한·중·일 1대 2대 2의 배분비로 낙착됐다.
발리 아세안+3 재무장관회담은 아시아 경제패권을 둘러싼 중·일 경제전쟁의 분수령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 무대에서 이제껏 일본에 눌려 있던 중국이 처음으로 일본과 대등한 지분을 확보한 회담이다. IMF에 미국(16.77%) 다음으로 많은 자금(6.02%)을 대며 세계 2위의 경제대국임을 자랑해 온 일본으로서는 미국과 중국의 G2 시대로 세계가 급속히 전환되는 과정을 속절없이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문제는 ‘넘버3’ 한국이다. CMI기금 지분 16%는 한국 경제외교의 과제를 함축한다. 당장 자금지원이나 디폴트 선언 같은 CMI기금 운용만 해도 중국과 일본 어느 한쪽과만 손잡아서는 과반수 미달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 또다른 캐스팅보트가 필요하다. 아세안과 아프리카 등 제3지대로의 발길을 서둘러야 한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저마다 돈을 더 내 아시아 경제의 맹주가 되겠다는 회담이었다. 2조달러를 거머쥔 중국은 외환보유액을, 일본은 자신들이 조금 앞선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하자고 맞섰다. 지난달 30일 양국 정상이 똑같이 내기로 합의한 뒤로는 이들 빅2가 한국의 분담비를 낮추려 공동전선을 폈다. GDP로는 일본의 5분의1, 외환보유액으로는 중국의 9분의1에 불과하니 분담액도 그에 상응해야 한다며 한국을 짓눌렀다. 3일 재무장관회담에서 윤 장관이 “정 그렇다면 회담을 깨자.”며 버틴 끝에야 한·중·일 1대 2대 2의 배분비로 낙착됐다.
발리 아세안+3 재무장관회담은 아시아 경제패권을 둘러싼 중·일 경제전쟁의 분수령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 무대에서 이제껏 일본에 눌려 있던 중국이 처음으로 일본과 대등한 지분을 확보한 회담이다. IMF에 미국(16.77%) 다음으로 많은 자금(6.02%)을 대며 세계 2위의 경제대국임을 자랑해 온 일본으로서는 미국과 중국의 G2 시대로 세계가 급속히 전환되는 과정을 속절없이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문제는 ‘넘버3’ 한국이다. CMI기금 지분 16%는 한국 경제외교의 과제를 함축한다. 당장 자금지원이나 디폴트 선언 같은 CMI기금 운용만 해도 중국과 일본 어느 한쪽과만 손잡아서는 과반수 미달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 또다른 캐스팅보트가 필요하다. 아세안과 아프리카 등 제3지대로의 발길을 서둘러야 한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2009-05-0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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