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최근 사원들과의 대화에서 “이마트 사이즈를 줄여서 집 밖으로 몇 발짝만 나가면 이마트가 있는 그런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다른 유통업체에는 없고 우리에게만 있는 상품들이 골목골목에 포진해 고객들이 혜택을 누리는 게 이마트의 비전”이라며 슈퍼마켓형 점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미 슈퍼마켓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경쟁 대형마트들도 이마트의 행보를 예상했다는 분위기다. 올해 초 신세계 유통연구소는 슈퍼마켓을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11.8% 매출이 늘어날 ‘블루오션’으로 지목한 바 있다.
지난해 최대 50%까지 매출을 늘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GS수퍼·롯데슈퍼 등 대형 유통업체 계열 슈퍼마켓들의 성장세가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최근에는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상가 분양 유도 효과를 노리고 대기업 계열 슈퍼마켓을 적극 유치하고 있어 소형 할인점 오픈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여기에 대형마트 매출 1위 업체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데다, 자체브랜드(PL) 상품과 신선상품 직거래망을 확보한 이마트가 슈퍼마켓 사업에 진출하면서 동네 상권 구도에도 큰 변화가 불 것으로 점쳐진다.
이마트는 “마트 또는 슈퍼로 업태를 단순화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상도점 등은 기존 소형 포맷 이마트 사업을 확대하는 차원이지, 신규사업 진출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기존의 소규모 점포인 광명점(991.7㎡·300평)·김포점(1272.7㎡·385평)보다 규모가 조금 더 줄었을 뿐이라는 게 이마트측의 설명이지만, 이번에 새로내는 점포는 이마트가 부지를 사지 않고 임차 형식으로 상권이 이미 형성된 곳에 들어선다는 차이점이 있다.
기존 슈퍼마켓 자영업자들은 자생적으로 형성된 동네 상권마저 대기업에 내줄 판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김경배 회장은 “최근 3개월 동안 자영업 30만개가 없어졌다는 통계에서 보듯이 경기가 안 좋으면 제일 빨리 무너지고, 경기가 회복되면 가장 늦게 회복되는 게 슈퍼마켓 등 자영 유통업”이라면서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대책을 내놓고 추가경정예산을 10조원을 세우는데 대기업들이 골목 상권까지 싹쓸이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반발했다. 연합회측은 15일 비상대책위를 소집하고, 국회 재경위원들과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09-04-1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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