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로비 수사] APC계좌 ‘봉하’로 흘렀다?

[박연차 로비 수사] APC계좌 ‘봉하’로 흘렀다?

입력 2009-04-07 00:00
수정 2009-04-07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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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자료 들어오면 전대통령도 조사 가능성”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밝히는 줄기는 두 가지다. 하나는 박 회장의 입을 통하는 방법이다. 검찰은 주로 박 회장 또는 돈을 건네받은 당사자들을 추궁해 혐의를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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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계좌 추적이다. 진술보다 신빙성이 높고, 꼼짝없이 혐의를 추궁할 수 있다. 여기에는 로비 저수지로 불리는 태광실업 홍콩법인인 APC 계좌가 그 중심에 있다. 이 계좌는 해외계좌여서 그동안 눈속임으로 해왔던 로비 정황, 또는 탈세 비리 등이 다 들어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봉하마을’에 태풍의 눈이 될 것이란 점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APC 계좌는 지난해 박 회장의 탈세 등 개인비리 수사 이후 줄곧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수사팀은 6746만달러라는 거액의 비자금을 보관하던 APC 계좌를 계속 주목해 왔다. 검찰이 이 계좌를 주목하는 것은 박 회장의 로비 진술을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계좌의 흐름을 추적해가면 여야 정치권 인사들에게 건네진 불법 정치자금의 돈세탁 과정이 어김없이 드러날 전망이다.

검찰은 박 회장의 진술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APC계좌를 통해 500만달러를 투자금 명목으로 건넨 정황을 포착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측근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검은 돈이라 받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연씨에게 흘러들어간 돈이 어떤 돈인지 APC계좌를 통해 밝힐 수 있다고 자신한다. 검찰에 APC 계좌는 ‘잔인한 4월’ 시나리오의 종착역 봉하마을을 향한 열쇠인 셈이다. 대검 홍만표 수사기획관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계획에 대해 “계좌가 들어오면 확인하겠다.”고 말해 수사 의지를 분명히 했다.

검찰은 500만달러가 상식적으로 연씨에게 건네져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달리 말하면 박 회장의 돈이 제3자를 통해 연씨에게 전달됐고, 제3자는 봉하마을의 핵심 인물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따라서 500만달러의 출처와 사용처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돈의 흐름이 파악되고, 결국 누구를 위해 이같은 흐름이 이뤄졌는지를 알 수 있다.

다만 검찰은 연씨가 해외의 이곳저곳에 투자를 했고, 나머지 돈을 갖고 있다면 다소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더구나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와 관련, “투자와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고 이같은 상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이를 확인해 낼 수 있는 단서를 어느 정도 확보해둬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2009-04-0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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