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교수와 학자, 시민 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한국병합 100년 시민네트워크’는 일본 교토의 류코쿠 대학에서 ‘안중근 유필, 관계자료전’을 열고 있다. 지난 26일 시작해 1일 끝나는 이 전시회에서 선보이고 있는 3점의 유묵은 안 의사가 중국 뤼순 감옥에서 쓴 것이다.
안 의사는 1909년 10월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뤼순 감옥에 있다가 이듬해 3월 사형당했는데, 이 유묵은 모두 안 의사가 세상을 뜬 ‘경술(庚戌) 3월’로 작성 시기가 표기돼 있다.
논어의 경구인 ‘不仁者不可以久處約’(불인자불가이구처약·어질지 않은 자는 오랫동안 거북한 제약을 견디지 못한다)이라는 유묵은 옥중에서의 힘든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또 다른 논어 경구인 ‘敏而好學不恥下問’(민이호학불치하문·영민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여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에서는 학문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현했다. 나머지 ‘戒愼乎其所不睹’(계신호기소불도·군자는 그 보이지 않는 바에 경계하고 삼간다)는 중용의 경구이다. 유묵에는 모두 약지 손가락의 단지 흔적이 있는 왼손을 꾹 눌러 찍은 장인(掌印)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 유묵은 뤼순 감옥이 있는 지역에 파견돼 있다가 안 의사와 교감을 나눴던 당시 정심사 주지 마쓰다 가이준이 안 의사에게 받은 것들이다. 정심사는 이 유묵들을 1997년 류코쿠 대학에 위탁했다.
이번에 공개된 유묵은 안 의사 서거 100주년을 맞아 오는 10월 안중근의사기념관이 여는 특별전을 통해 국내에서도 볼 수 있다.
교토(일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