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에 참가한 16개국을 통틀어 투·타에서 가장 균형 잡힌 전력을 갖춘 덕이라는 것이 야구계의 전반적인 분석이다. 결승까지 9경기를 치르는 동안 일본의 팀 평균 방어율은 1.71에 불과했다. 일본보다 낮은 나라는 예선 탈락한 도미니카공화국(0.31)뿐이다.
메이저리그에서 3년째 정상급 선발투수로 군림하고 있는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레드삭스)를 비롯해 일본 프로야구 3관왕인 이와쿠마 히사시(라쿠텐), 다르비슈 유(니혼햄) 등이 버틴 마운드는 철벽이었다.
마운드에 비해 무게감은 덜 했지만, 공격력도 만만치 않았다. 일본의 팀 타율은 .299로 전체 5위에 머물렀지만, 4강 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공포의 핵타선’ 미국(.296)이나 한국(.243)보다 타격이 활발했다. 결국 일본의 우승은 우연이 아니었던 셈이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노메달’의 충격에 빠졌던 일본은 이번 대회를 위해 스즈키 이치로, 조지마 겐지(이상 시애틀) 등 총 16명의 메이저리거들을 불러 모았다. 베네수엘라, 도미니카공화국 등 모래알이나 다름없었던 중남미 등의 국가와는 달리 ‘애국심’과 ‘승부 근성’으로 똘똘 뭉친 선수들이었다.
이런 선수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일본 야구의 저변이 그만큼 넓다는 방증이다.
프로야구 역사가 70년이 넘는 일본에는 4000개가 넘는 고교 야구팀에서 많은 선수가 땀을 흘리고 있다. 고작 50여개에 불과한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처럼 주말마다 학교별 대항전이 끊임없이 열리고 야구를 ‘국기’로 생각할 만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온 국민이 즐기는 풍토 속에서 배출된 선수들이 일본을 세계 야구 정상에 올려놓은 것이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