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박경완의 ‘영리한 볼 배합’ 찬사
투수들이 박경완의 리드대로 공을 던지면 승리는 어김없다.WBC 한국대표팀의 ‘안방마님’ 박경완(37·SK)이 포수로서 만개한 기량을 세계 팬들 앞에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타자의 노림수를 읽고 역으로 볼을 섞는 영리한 볼 배합으로 대표팀의 2회 연속 4강 진출을 견인하며 숨은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
박경완은 그동안 치른 WBC 6경기에서 17타수 1안타(.059)를 때리는 데 그쳤다. 삼진은 무려 7개. 공격에서만큼은 ‘하위 타순의 4번 타자’라는 애칭이 무색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 하지만 포수 본연의 ‘업무’인 안정적인 투수 리드와 완벽한 볼 배합에서는 ‘과연 박경완’이란 찬사를 받고 있다. WBC의 영웅 봉중근도 18일 일본과의 경기 뒤 “포수의 리드대로 공을 던졌다.”며 그를 추켜세우기도 했다.
이번 대회 대표팀이 올린 5승(1패) 중 3승이 완봉승이다.
박경완의 진가는 일본과의 경기에서 두드러졌다. 특히 9일(1-0)과 18일(4-1) 일본 강타선을 18이닝 동안 단 1점으로 틀어막은 데는 박경완의 탁월한 투수 리드가 큰 몫을 했다. 지난 7일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콜드게임 패배의 수모를 당했을 때 박경완은 “일본이 내 볼 배합에 대해 연구한 것을 느꼈다. 내 자신이 발가벗겨진 느낌”이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박경완은 절치부심하며 일본과의 재대결을 준비했고 9일 1라운드 최종전에서 멋지게 설욕했다.
박경완은 일본 타자들이 변화구를 집중적으로 노린다는 점을 간파하고 직구 비율을 70%까지 끌어올려 일본 타선을 잠재웠다. 당시 경기에 등판했던 계투진은 박경완의 주문대로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볼만 잇달아 뿌려 무사사구 완봉승을 합작했다.
박경완의 공격적인 볼 배합은 18일 일본과 세 번째 대결에서도 빛을 발했다. 3회 스즈키 이치로(시애틀)와 대결할 때 봉중근에게 커브를 3개 연속 던지게 한 뒤 직구 2개를 꽂아 범타로 잡는 등 사실상 일본 타자들을 손바닥 위에서 갖고 놀았다.
태극마크를 달고 아직 국제무대 정상에 서지 못한 박경완이 젊은 투수들과 힘을 모아 이번 대회에서 비원을 풀지 주목된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2009-03-20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