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개혁·구조조정 대신 부동산개발·전기료 인상 추진
‘공룡 공기업’ 한국전력공사가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환율 상승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은 이런 ‘돈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 부동산 개발사업 진출과 전기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잘나갈 때는 흥청망청 쓰고, 아쉬울 때만 손 벌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뼈를 깎는 내부 구조조정보다 본업이 아닌 손쉬운 장사로 경영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계산도 엿보인다. 16일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적자는 3조 6592억원, 순손실 규모는 2조 9524억원을 기록했다.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연료값 상승과 환율 상승 등이 꼽힌다. 한전은 이미 지난해 11월 전기료를 4.5% 인상했지만 적자를 줄이기 위해 전기료 인상을 또 요구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적자를 메우기 위해 전기료를 15~20%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전은 특히 연료비와 연동된 요금제를 도입해 수지타산을 맞추겠다는 의도다.
부동산 개발업 진출도 서두르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한국전력이 보유 부동산을 개발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요구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이 부동산개발사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 부지(7만 9342㎡) 개발 때문이다. 이 땅의 가치는 현재 1조 2000억원대 수준이지만 이를 개발해 매각하면 수조원대의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전국에 있는 한전 변전소 부지를 개발해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도 있다. 지경부가 법률을 개정하면 한전은 손쉽게 막대한 부동산개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배당은 없고 이사 보수는 오르고
한전이 적자를 줄이기 위한 수단을 내부보다 외부에서 찾으려는 시도에 곱지 않은 시선도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투명하지 못한 경영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국가청렴위는 한전 납품비리 신고자에게 역대 최고의 보상금을 줬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선 상여금 과다 지급이 적발되기도 했다.
반면 내부 허리띠를 죄는 구조조정은 더디기만 하다. 2012년까지 정원(2만 1734명)의 11%(2420명)를 단계적으로 줄여야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한전은 1989년 상장 이후 첫 대규모 적자로 인해 올해 주주 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다.
또 돈이 없다는 이유로 지자체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봇대 지중화사업도 중단했다. 하지만 적자 경영에 책임져야 할 이사들의 보수 한도는 소폭 오른다. 지난해 21억 1436만원에서 올해 21억 4357만원으로 증가한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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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7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