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정책연구원 강은영 부연구위원 등이 최근 펴낸 ‘살인범죄의 실태와 유형별 특성’에서 1976년부터 2006년까지 30년 동안 발생한 살인범죄의 추이를 분석한 결과 전체 살인범죄 가운데 여성살인범죄는 9~19%를 차지했다. 여성 폭력범죄는 85년 9만 7700여명에서 2006년 5만 3300여명으로, 여성 재산범죄는 같은 기간 8만 1500여명에서 3만 9400여명으로 감소한 반면 살인범죄는 100명 내외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이 교도소에 수감중인 여성살인범 94명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여성살인범의 특성은 고연령, 낮은 학력 수준, 경제적 능력 부족 등으로 대표됐다. 우선 연령대 별로는 30대(40.4%)와 40대(30.9%)가 대부분을 차지해 20~30대가 64.7%나 되는 남성살인범보다 대체로 나이가 많았다. 교육수준면에서는 고등학교 졸업이 41.4%로 가장 많기는 했지만 초등학교 졸업 이하 학력자가 31.0%나 돼 남성(19.3%)보다 1.5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여부에서도 여성살인범은 미취업자가 24.2%인 반면 남성은 6.7%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이런 여성살인범의 특성들이 바로 살인행위를 선택하게 되는 상황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열악한 사회·경제적 지위에 있는 여성들은 가정불화 등 갈등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즉 다른 사회적 자원을 접할 기회 자체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살인까지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여성살인범죄의 피해자가 대부분 배우자인 점을 감안할 때 많은 자녀들이 이로 인해 부모를 한꺼번에 잃게 되는 만큼 여성살인범죄가 사회적으로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면서 “사회가 가정에서 일어나는 갈등상황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복지정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09-03-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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