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약탈 문화재/함혜리 논설위원

[씨줄날줄] 약탈 문화재/함혜리 논설위원

입력 2009-03-04 00:00
수정 2009-03-04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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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나 런던의 대영박물관의 명성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소장품들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실상 이 소장품들 대부분은 식민지 확장에 열을 올렸던 제국주의 시대에 이집트나 그리스, 이탈리아, 서남아시아 지역에서 약탈해 온 전리품들이다. 문화재 피강탈국들은 강탈국을 상대로 빼앗긴 유물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들이 노력만큼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약탈된 문화재도 유산이며, 국유재산은 반환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파리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있었던 이브 생로랑 소장품 경매에 청나라시대 토끼와 쥐머리 청동 동상이 경매품으로 나오면서 약탈 문화재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청나라 황제의 여름별장인 위안밍위안에 있던 12지신상을 1860년 중국을 침략한 영국·프랑스 연합군이 반출했는데 이중 쥐머리와 토끼머리 조각상이 경매에 나온 것이다. 중국 정부는 크리스티 및 프랑스 정부에 경매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고, 이에 반발한 중국인 수집상이 청동상을 고가에 낙찰받은 뒤 약탈 문화재라는 이유로 대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재 반환과 관련한 분쟁에서 가장 많이 원용되는 규정은 유네스코가 지난 1970년 채택한 ‘문화재의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이다. 하지만 이는 1970년 이후에 불법 반출된 문화재에만 적용돼 분쟁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이탈리아 라치오 지방행정재판소의 판결은 문화재 반환을 둘러싼 국제분쟁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이 재판소는 2007년 4월20일 판결을 통해 ‘문화재를 그 맥락으로부터 이탈시키지 않는 정책’을 이탈리아의 전통적 정책으로 확인하고 이탈리아가 식민지배 시기에 약탈해 온 리비아 문화재를 본국에 돌려줬다.

우리나라도 1991년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을 프랑스에 공식적으로 요구했지만 외교적 현안으로 남았을 뿐 진전이 없다. 문화재청 자료에 따르면 해외에 흩어진 우리 문화재는 20여개국에 모두 7만 6143점에 이른다. 적극적인 문화재 환수 노력이 아쉽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09-03-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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