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63만원 헬스장 갖춘 기숙사, 월 20만원 난방 안되는 자취방


대학생들의 ‘주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민자 기숙사가 서강대, 건국대 등을 시작으로 대학가에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학생들의 주거 환경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비교적 경제력이 있는 수도권 학생들이 민자 기숙사를 차지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생활이 빡빡한 지방 학생들은 값싼 자취방을 전전하고 있다.
민자 기숙사는 2006년 건국대가 처음으로 도입한 이래 현재 서강대와 명지대, 단국대 등 모두 4개 학교가 만들었다. 숭실대와 중앙대, 동국대, 경희대 등 서울지역 일부 대학들도 민자 기숙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건국대 관계자는 “학교 예산이 부족해 민자 기숙사를 유치하게 된 것”이라면서 “학생들에게 보다 나은 생활환경을 제공해 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 측의 기대와는 달리, 비싼 거주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학생은 극소수라는 것이 학생들의 반응이다. 실제 지난해 8월 건립된 서강대 민자 기숙사 ‘곤자가 국제학사’의 경우 6개월 거주 비용이 350만원이다. 식대와 보증금까지 합치면 4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지난 학기 기숙사에서 생활한 신모(21)씨는 “비싼 탓에 형편이 어려운 지방 학생들보다 일산, 분당 등 수도권에 집을 둔 학생들이 많이 산다.”며 “시설이 깔끔하고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생활하기 편리하다.”고 말했다.
비싼 비용 때문에 기숙사 입사가 좌절된 고학생들은 학교 주변 하숙집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대학가 주변이 뉴타운이나 재개발사업 대상지인 경우가 많아 이번 학기 방값이 천정부지로 뛰었기 때문이다. 중앙대에 재학 중인 대학생 김모(20)씨는 “학교가 있는 흑석동이 뉴타운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하숙비가 크게 올라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지난 학기 발품을 팔아 월 23만원짜리 방을 구했지만 세 명이 누우면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유대근 오달란기자 dynamic@seoul.co.kr
2009-02-2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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