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 종교시설 허용… 트리 십자가 철거

대학내 종교시설 허용… 트리 십자가 철거

입력 2009-02-11 00:00
수정 2009-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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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관련 문제 불교계 ‘두얼굴’

‘대학내 종교시설 설치엔 도끼눈, 시청앞 크리스마스 트리엔 미소’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이거나 조치한 종교 관련 사안들을 놓고 불교계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종교단체들이 대학 내에 종교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허용한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학 설립운영규정’ 개정안에 ‘또 다른 종교편향’이라며 강력 반발하는 반면 문화체육관광부가 서울시에 협조 요청한 크리스마스 트리의 십자가 철거엔 ‘종교형평을 고려한 당연한 처사’라며 반기고 있다.

먼저 교과부가 지난달 9일 입법예고 후 공포한 ‘대학 설립운영규정’ 개정안. ▲대학 교육시설 분야 운영요건 완화와 ▲대학 설립요건 및 심사 기준 완화 ▲교지,교사의 민간 활용 제고를 통한 자체 재정확충 역량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이 개정안 가운데 불교계는 노유자(노인, 유아)시설, 수련시설, 종교시설 등의 건축물을 대학의 교지 안에 둘 수 있도록 한 3조2항을 문제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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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교육연구와 복지시설, 문화 집회시설, 운동시설, 주차장에 국한해 대학 설치, 경영자가 소유하지 않는 건축물을 교지 안에 둘 수 있도록 한 것에서 범위를 넓혀 특정 종교와 단체까지 종교시설을 설치할 경우 종교자유의 보장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게 불교계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불교계의 이같은 불만의 바탕에는 개신교 계열 사립대학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 이와 관련해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이 최근 파악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현재 전문대를 제외한 전체 사립대학 155개 중 종교사립대학은 불교계 4개, 기독교계 43개로 31.6% 정도를 차지하며 이 가운데 기독교계 대학 비율이 27%에 이른다.

불교계에 개정안 반대 여론이 들끓자 조계종 총무원과 불교 종교평화위원회(종평위)는 결국 이의접수 기간(20일)을 넘긴 지난 5일 뒤늦게 교과부와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실에 의견서를 제출, 문제의 조항 중 ‘종교시설’을 삭제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종자연도 지난달 29일 교과부에 반대 의견서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측은 “개정안 중 종교시설 설립 허용과 관련한 부분은 선택사항으로,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만큼 종교편향과는 멀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개정안은 법제심사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뒤 다음달부터 시행될 예정. 이와 관련,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종교편향과 관련한 불교계의 대응에 대한 일반인의 여론을 의식해 신중한 논의를 거쳐 종단 차원의 반대의견을 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반응이 없다.”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한편 문광부가 지난 2일 서울시에 시청앞 광장 크리스마스 트리에 십자가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는 공문을 보낸 것에 대한 불교계의 반응은 딴판. 문광부는 ‘시청광장 크리스마스트리에 설치하는 십자가가 다른 종교 기념일의 상징물과 형평성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산하 종교차별자문회의의 건의를 받아들여 조치한 것으로 당장 십자가 철거를 강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계는 이와 관련, 불교계의 경우 부처님오신날 같은 기념일에 다른 종교인들을 자극할 소지가 있는 상징물을 삼가고 있는 만큼 종교형평을 고려한 당연한 처사라며 환영하고 있다. 불교 종평위 손안식 공동위원장은 “굳이 종교 편향과 관련한 정부의 조치로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일단 전향적인 자세로 본다.”면서 “종교 상징물은 순수한 종교 문화의 차원에서는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종교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09-02-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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