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자계 연쇄 파탄 조짐

강남 부자계 연쇄 파탄 조짐

입력 2008-12-27 00:00
수정 2008-12-2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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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귀족계 ‘다복회’ 파탄 여파가 다른 계로 확산되고 있다.다복회 계원들이 강남 일대의 다른 계에서도 계원이나 계주로 활동하던 중 다복회가 깨지면서 곗돈을 못 받자 중복 가입한 계에 돈을 납입하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지는 것이다.이로 인해 다른 계들이 도미노 파탄 위기에 직면했다.경찰은 수사가 어렵다며 관망하고 있고,일각에서는 부자들의 탐욕이 빚어낸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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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다복회·한마음회 등 계원들에 따르면 현재 강남 일대에는 100억원대 이상의 계가 50여개 운용되고 있다.이 계들에는 다복회 계원들이 이중삼중으로 가입돼 있거나 대거 계주로 활동하고 있다.서울신문이 입수한 다복회·한마음회 등 강남 일대 다양한 계의 회원 명단에는 서로 다른 계에 계원들의 이름이 중복으로 적혀 있었다.이 때문에 계원들은 “다복회가 무너지자 다른 계들도 죄다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문제가 됐던 다복회 이후 균열 징후를 보인 계는 한마음회다.계주 이모(55·여)씨가 다복회 계원으로 활동하면서 지난해 1월 결성했다.이씨는 신사동의 D보석점을 근거지로 법무사까지 고용해 계를 꾸렸다.계원은 120~150명이다.2억~3억원 계좌가 주종이고,규모는 1000억원대다.지난 17일 계원 50여명이 곗돈을 내지 못하면서 위기를 맞았다.다복회 계원 50여명이 포함돼 있고,파탄 땐 피해 액수가 4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험한 것은 이뿐 아니다.2006년 시작한 대운회는 계원수가 300~400명이고,규모는 800억원대다.2003년 출범한 이모씨의 L계와 2007년 7월 운영에 들어간 조모씨의 C계는 3억~5억원 계좌가 주류를 이루고,계원 100여명에 수백억원대 규모다.황모씨의 H계는 강남 기업형 계의 원조로 1998년 시작됐다.2억원 단일 계좌에 100여명이 가입해 있다.이외 손모씨 등의 모나리자계,정모씨의 J계 등 여러 계들이 난립해 있다.

K·L씨 등 다복회 계원들은 “H계를 제외하곤 다들 다복회 내에서 작은 계주로 활동하며 독자적인 계도 운영했다.”면서 “이들은 서로의 계에 가입해 있고,또 서로 계원들을 소개시켜 줬다.”고 말했다.다복회·한마음회·대운회 등에 복수가입한 K·G·U씨 등은 “한 계에서 돈을 타서 다른 계에 넣어야 하는데 다복회가 깨지면서 그게 불가능해졌다.”면서 “한마음회·대운회 등 비교적 큰 규모의 계들도 돈을 내지 못하는 계원들이 늘면서 언제 깨질지 몰라 계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계주를 사기죄로 형사 처벌하기 위해서는 계주가 능력이 없는데도 계를 운영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사실상 어렵다.”면서 “초기 계주의 능력을 보고 계원들이 가입했다 중간에 잠깐 자금이 돌지 않아 계가 멈췄다고 해서 계주의 능력이 없다고 봐야 하는지 미지수”라고 말했다.전북대 사회학과 설동훈 교수는 “부자들이 큰 위험이 따르는 귀족계에 가입하는 것은 돈을 더 많이 불리려는 탐욕과 폐쇄적인 상류사회에 진입했다는 허세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결국 탐욕과 허세의 덫에 걸려 줄줄이 파탄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2008-12-2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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