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다수 사라지고 겁먹은 허수만 남아” 이문열씨 경기도청 강연

“말 없는 다수 사라지고 겁먹은 허수만 남아” 이문열씨 경기도청 강연

입력 2008-12-25 00:00
수정 2008-12-25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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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는 말 없는 다수는 사라지고 겁먹은 허수만 존재하게 됐다.”

소설가 이문열씨는 24일 경기도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말 없는 다수 또는 겁 없는 허수’라는 제목의 특강에서 “촛불시위 때 언론 보도가 특정한 방향으로 편중되는 듯 해 이에 대해 한마디 하자 주위에서 ‘잘했다.’면서도 ‘큰일났다.’는 반응을 보이더라.”며 이같이 말했다.그는 주위 반응을 보고 “우리나라에서 말 없는 다수가 사라지고 겁먹은 허수만 존재하게 됐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어쩌면 이들이 (이탈리아 사상가) 그람시가 말하는 ‘함락된 진지’라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런 현상이 나타난 원인을 추정해 보니 70~80년대 권위주의 정권을 거치면서 상대편의 이데올로기에 함락된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공통의식을 가진 절대 다수를 확보하지 못한 사회는 안정성이 떨어지고,이권 다툼이 치열해지는 만큼 지켜야 할 가치를 확립하고 이에 동의하는 다수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또 “지난 10년간 내가 보수 우파의 논리를 앞장서서 대변했지만 과연 잘한 일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그는 “(우리 사회가) 아무런 감정이 없는 두 아이를 불러다 마주 보고 따귀를 때리게 하던 옛날 체벌 방식처럼 지식인에게 따귀 때리기를 시킨 것은 아닌가 싶다.”면서 “장난처럼 주고받던 ‘따귀 때리기’가 나중엔 전력을 다해 하는 것처럼 10년간 내 논리가 이런 식으로 과장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고 설명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2008-12-2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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